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지난 19일 국정과제로 제시한 100개 과제 중 12% 정도는 10여년 전에도 한국사회의 현안이었다. 비정규직 문제, 신산업 육성, 중소·영세기업 진흥 등의 문제가 풀리지 않다 보니 다시 등장한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해결에 나선 것은 긍정적이나 해결방안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산업 육성 등 일부 과제는 과거 정책을 고민 없이 승계하다 보니 10여년 전에 비해 내용상 후퇴했다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노무현정부 때인 2006년 8월 정부·민간 합동작업단은 1년여 작업 끝에 ‘비전 2030’을 내놨다. 변양균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 주도로 마련한 비전 2030은 국가 미래전략으로 모두 50개의 과제를 제시했다. 국민일보가 24일 문재인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담긴 국정과제 100개와 비교해본 결과 12개가 비전 2030과 유사한 목표를 담았다. 일례로 비전 2030에서 1번 과제로 제시된 ‘서비스 산업 경쟁력 강화’는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서비스 산업 혁신’으로 재등장했다.
문제는 내용이다. 현재까지 풀리지 않은 당시 현안을 과제로 제시한 점은 바람직하지만 내용의 구체성이나 목표 제시는 부실한 경우가 많다. 서비스 산업 경쟁력 강화의 경우 10여년 전만 해도 서비스 산업 구조를 지식기반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재편하겠다고 강조했다. 2005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56%이던 서비스 산업의 생산 비중을 2030년 66%까지 확대한다는 구체적 목표도 담았다. 교육, 의료 등은 대외 개방하고 관광 등은 고부가가치화하자는 내용이 주류다.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는 영세 자영업자 중심 유통·서비스는 구조조정하겠다는 특단 대책도 덧붙였다.
반면 문재인정부에서 제기한 과제는 올해 실태조사부터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10여년 전 제기된 과제와 달리 실태조차 담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구체성이 떨어진다. 서비스산업 혁신 로드맵도 이후에나 나올 계획이다.
특히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고부가가치 창출 미래형 신산업 발굴·육성’ 과제는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래산업으로 친환경·자율주행차, 반도체, 디스플레이, 바이오, 지능형 로봇 등을 육성하겠다는 내용이다. 비전 2030에서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 투자 확대’를 제시하며 들었던 산업군과 동일하다. 당시만 해도 지능형 로봇 등은 민간 부문이 선도하기 힘든 과제들이었다. 하지만 친환경차나 자율주행은 해외의 경우 이미 민간에서 주도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이 선도하고 있는 분야를 미래형 신산업으로 규정한 것 자체가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산업 진흥 과제가 대·중소기업을 나누지 않은 비전 2030과 달리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 연구개발(R&D)·세제지원 등 혜택을 중소기업에 집중한 점에 대한 지적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을 키우는 데 규제 외에도 대기업의 역할이 있다”며 “대기업에 걸맞은 정책 역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100대 국정과제 중 12개 ‘노무현 2030’과 닮은꼴
입력 2017-07-25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