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위, 원전 마피아·탈핵단체 제외…‘공정성 확보’ 공들여

입력 2017-07-25 05:01
김지형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장(오른쪽)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1차 회의를 마친 뒤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이윤석 위원, 가운데는 이희진 위원. 뉴시스
정부는 24일 신고리 원전 5, 6호기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원자력 분야 전문가와 환경단체 전문가는 철저히 배제했다. 과학·기술 분야 위원인 유태경 경희대 화학공학과 교수, 이성재 고등과학원 교수도 전공은 각각 재료공학과 물리학이다. 때문에 탈(脫)원전 반대 측은 물론 찬성 측에서도 “생소한 인물이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별과 연령대에서도 정부가 공론화위 구성 계획을 밝힐 당시 내세웠던 기준을 상당부분 충족했다. 정부는 지난달 말 공론화위 구성 입장을 밝히며 “남녀 비율을 균형 있게 배치하고 미래세대를 대표하는 20, 30대를 1∼2명 선임하겠다”고 약속했다. 공개된 명단을 보면 위원 8명 중 3명이 여성이다. 연령대로는 30대 후반이 3명이며 20대는 없다.

공론화위 9명 중 과학기술 관계자는 2명뿐이고 나머지는 법조인이거나 인문·사회학자다. 원자력 전문가를 원천 배제한 것이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김지형 공론화위원장은 “공론화위 방식이 전문가 논의를 배제하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탈원전 찬성 측은 위원회 구성에 호의적이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탈핵팀장은 “정부가 약속했던 대로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인사를 선임하려고 노력한 것 같다”며 “김 위원장도 경력으로 판단해보면 문제가 없어 보인다. 위원회를 중립적으로 이끌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탈원전 반대 측은 공론화 절차 자체를 불신하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탈원전 정책을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신고리 5, 6호기 건설 여부를 공론화하겠다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공론화가 공평하게 잘 진행될지 의문점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공론화위는 신고리 5, 6호기 건설 여부 공론화를 위한 절차 마련에 착수한다. 공론조사 방식 설계 등 기준과 내용 일체를 공론화위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한다. 전반적인 틀은 현재 독일에서 진행 중인 핵폐기장 부지선정 공론화 방식을 참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인 중에서 시민배심원단을 뽑은 뒤 이들에게 최종 결정을 맡기는 방식이다. 김 위원장은 “독일 사례는 아주 훌륭한 사례로서 참작을 하겠다. 하지만 그것을 ‘전가의 보도’로 삼을 것은 아니다”면서 “공론조사 방식에 취약점은 혹시 없는지, 갈등관리나 이런 측면에서 보완하며 설계할 것은 없는지 이런 것도 같이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최대 관건은 공정성 확보다. 찬반 양측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도록 공정한 공론화 절차를 만드는 난제를 풀어야 한다. 신고리 원전은 찬반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어서 사소한 절차상 오류도 공정성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 시비가 격화될 경우 찬반 양측 중 한쪽이 공론화 불참을 선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글=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그래픽=박동민 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