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과세 강화되나… 주식시장도 촉각

입력 2017-07-25 05:00

문재인정부의 증세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자본시장도 조세정책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100대 국정과제’에서 대주주의 주식 양도차익 세율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주주의 범위도 갈수록 넓힐 계획이라 그간 양도소득세를 면제받았던 개인투자자들이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주식 거래로 얻은 이익에 양도소득세를 물리는 건 세계적 흐름이다. 주요 선진국은 소액투자자에게도 세금을 매긴다. 다만 세율 강화가 모처럼 찾아온 증시 활황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24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문재인정부는 대주주의 주식 양도소득세율을 현행 20%에서 25%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세법에서는 개별 종목의 지분을 1% 이상 보유하거나 전체 보유 주식가치가 25억원 이상이면 대주주로 판단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 이 기준 밖의 소액주주는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지난해 세제 개편에 따라 내년 4월부터 주식 보유액 15억원으로 범위가 확대된다. 2020년 4월부터는 10억원 이상으로 바뀐다.

증시에선 세율 인상, 대주주 범위 확대를 악재로 꼽는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자본시장실장은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요소라 결국 투자 수요가 줄면서 주가 하락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미투자자가 당장 과세 대상에 포함되지는 않겠지만 주식시장의 수요·공급이 줄어 간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지난해 4월 대주주 범위가 확대되기 전에 대주주 요건을 충족하게 된 ‘슈퍼개미’의 주식 매도 공세가 이어졌었다.

금융투자업계와 학계 등은 향후 소액주주에게도 주식 양도소득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황 실장은 “추세를 보면 대주주의 범위는 계속 넓어져 왔고, 소액주주는 갈수록 줄고 있다”며 “단기간에 확대될 가능성은 없지만 그런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문 대통령 대선캠프에 참여했던 홍익대 김유찬 교수는 “장기적으로 주식 양도 차익도 소득으로 보고 종합 과세하는 게 제일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은 소액주주의 주식 거래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은 소액주주의 단기투자에 10∼39.6% 세율의 양도소득세를 물리고 있다. 독일은 25%, 대만은 20%를 부과한다.

이에 따라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되 주식 거래 때마다 내는 거래세를 폐지하거나 낮춰 충격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황 실장은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더라도 1년에 500만∼1000만원의 차익 정도는 면세해주는 등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