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예능학교’ 수업 가보니… 저소득층 청소년에 ‘기독예능인’ 꿈의 날개를

입력 2017-07-25 00:02
보컬리스트 이시형씨가 22일 서울 광진구 영광교회 지하 예배당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학생들에게 화성법을 가르치고 있다. 이날 교회에선 사랑의 예능학교 제6기 첫 수업이 열렸다.
배우 이재원씨(가운데)가 교회 본당에서 학생들에게 연기법을 가르치고 있는 모습.
“성대는 이렇게 떨리는 거랍니다.”

22일 오전 서울 광진구 영광교회(김변호 목사) 지하 예배당. 보컬리스트 이시형(25)씨가 아이들에게 A4 용지 2장 사이로 바람을 불어넣어 보이며 성대가 작동하는 원리를 설명했다.

아이들은 들뜬 표정으로 선생님 말씀에 귀를 쫑긋 세웠다. 이씨가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며 화성법을 설명하자 아이들도 오른손으로 건반을 두드렸다. 아이들의 왼손에는 이씨가 직접 출력해 온 화성법 교재가 들려있었다. 이씨는 “다음 수업에는 좋아하는 악보를 두 개씩 가져오라”며 “자기가 부르고 싶은 노래부터 불러보자”고 말했다. ‘사랑의 예능학교’ 제6기 첫 수업 모습이다.

이 학교에선 이씨와 같은 선생님 10명이 격주로 토요일마다 교회에 나와 저소득 가정 청소년 등 40명에게 무료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교사들은 보컬 연기 모델 댄스 작곡 아나운서 영화제작 뮤지컬 등 예능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이다.

사랑의 예능학교는 KBS 부사장이었던 이형모 장로가 베네수엘라의 음악교육 프로그램인 ‘엘 시스테마’에서 영감을 받아 설립했다. 엘 시스테마는 마약과 폭력에 빠져있던 빈민층 아이들에게 오케스트라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다. LA 필하모닉 음악감독 구스타보 두다멜이 엘 시스테마 출신이다. 이 장로는 “공부 잘하는 친구들은 장학금을 받지만 예능적 끼가 있는 친구들은 사회적 지원을 받기가 어려웠다”며 “이들의 꿈을 지원하기 위해 학교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이날 수업을 듣기 위해 교회를 찾은 최민석(17)군은 꿈이 힙합 가수다. 의정부에서 1시간 동안 지하철을 타고 왔다. 친구들과 노래방에 갔다가 ‘힙합을 잘한다’는 칭찬을 듣고 가수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힙합을 가르쳐주는 이가 주변에 없어 2년 전부터 스마트폰으로 힙합 영상을 보며 따라 부르고 있다. 최군은 “담임선생님 소개로 이곳 학교를 찾아왔다”며 “열심히 연습해 오디션 프로그램인 ‘고등래퍼’에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교회 본당에선 연극 ‘별망엄마’ ‘갯벌엄마담담이’ 등에 출연한 배우 이재원(25)씨가 6명의 아이들에게 연기를 가르치고 있었다. 아이들은 줄지어 본당을 뛰어다니다 갑자기 멈춰 대사를 내뱉었다. 숨이 찬 상태에서 말을 하며 호흡의 중요성을 배우는 과정이었다. 이씨는 “배우들도 팔굽혀펴기를 하거나 동네를 뛰며 호흡을 만든 후 대사를 읽는다”며 “호흡 없이는 제대로 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가쁜 숨을 몰아쉬던 민다은(18)양은 “다른 사람의 삶도 살아보고 싶어 타인을 연기하는 배우를 꿈꾸게 됐다”며 “이곳에서 좋은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며 내성적이었던 성격도 외향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곁에서 듣고 있던 최유진(12)양은 “또래 아이들이 유튜브 방송에 나와 연기하는 걸 보면서 연기를 배우고 싶어졌다”며 “경기도 양평에서 1시간 40분 걸려 오느라 힘들었지만 끼를 살릴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학교는 6개월간 수업을 들으면 졸업할 수 있다. 지난 1월 졸업한 제5기까지 26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그 중 27명이 예술대에 진학하거나 예능현장에 데뷔하는 등 꿈을 이뤘다. 케이블 방송 JTBC 드라마 ‘청춘시대2’에 출연하는 모델 최아라씨도 1회 졸업생이다.

최씨는 고교 1학년이었던 2008년 당시 담임교사였던 임종화 좋은교사운동 대표에게 “모델을 하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했다. 다행히 임 대표가 이 학교를 소개해줘 고교에 계속 다니면서 모델 박둘선씨로부터 모델의 기초를 배울 수 있었다.

2015년부터 사랑의 예능학교 교장을 맡은 김명현(안성 꿈의교회) 목사는 올해 드림업엔터테인먼트를 설립, 기독교 신앙에 기초해 연기자 모델 가수 등을 지원하고 있다. 사랑의 예능학교 선생님들도 상당수가 이곳 기획사 소속이다. 김 목사는 “다음세대를 세우는 일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원하시는 일”이라며 “그리스도 안에서 꿈을 갖고 문화를 정복할 예능인을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