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공무원도 IRP 가입할 수 있다

입력 2017-07-25 05:02

26일부터 개인형 퇴직연금(IRP) 시장이 대폭 확대된다. 기존 직장인 이외에 자영업자 580만명과 공무원 사립교원 군인 등 직역연금 가입자 150만명이 합쳐져 총 730만명을 대상으로 한 퇴직연금 시장이 새로 열린다. 금융 당국의 과당 경쟁 자제 요청을 받은 은행권은 드러나진 않지만 물밑에서 치열한 고객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26일부터 모바일과 인터넷 등 비대면으로 가입하는 IRP 고객에게 개인부담금에 대한 운용관리 수수료를 50% 할인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자산관리 수수료는 그대로이고, 운용관리 수수료만 기존 0.2% 받던 것을 0.1% 포인트 낮춘다.

IRP는 퇴직금을 거액으로 한꺼번에 받는 대신 매달 일정액을 연금 형태로 받는 상품이다. 개인이 만 55세 이후 받는 거액 퇴직금으로 은행 증권사가 돈을 굴려 수익을 더 얹어주는 형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량 고객을 평생 지킬 수 있다는 강점 때문에 은행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일부터 다른 금융기관 연금정보를 모두 모아 볼 수 있는 ‘My연금’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24일 밝혔다. KB의 스타뱅킹 모바일 앱에 새로 탑재했다. 국민연금을 포함해 타 기관 가입 연금 정보를 몽땅 불러온다. 내가 몇 살 때 매달 얼마를 받을지, 노년에 더 필요한 금액은 얼마인지 알려준다.

이 역시 IRP 유치 경쟁을 위한 사전 포석이다. IRP는 연금저축과 합쳐 연간 700만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다. 금융기관의 IRP 수익률은 2%대 중반으로 낮은 편이지만, 세금을 매년 최대 115만원까지 절약할 수 있는 점은 최고의 매력 포인트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 13조원에 그쳤던 IRP 시장이 3년 후엔 40조원 규모로 3배 이상 커질 것으로 내다본다.

비과세 혜택 때문에 IRP 계좌에 무작정 돈을 넣을 수는 없다. 15.4%의 이자소득세 대신 5.5%의 연금소득세 적용을 받도록 허용된 금액은 연간 최대 1800만원까지다. 이 한도는 IRP 가입 시 미리 설정하게 되는데, 다른 금융기관에서 추가로 가입을 못하도록 1800만원 한도를 모두 등록하는 일이 창구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밝혔다.

지난해 1만원짜리 깡통계좌를 양산한 은행 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유치 경쟁이 반복될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금융 당국은 IRP 계좌 개설 때 비과세 한도를 사전에 등록하는 현재 시스템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