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주일 많은 국민들은 평소 들어보지 못했던 낯선 정치인들의 이름을 매일이다시피 들어야 했다. 22년만의 폭우로 쑥대밭이 된 충북지역 도의원들이 외유성 해외연수를 떠난 것도 모자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을 ‘레밍(나그네쥐)’에 빗대 언급했기 때문이다.
문제의 발언 당사자인 김학철(충주) 의원은 사건 발생 직후 계속 좌충우돌했다. ‘레밍’ 논란을 언론의 보도 태도 탓으로 돌렸고, “자숙하겠다”면서도 “수해지역 봉사활동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했다.
김 의원은 24일 페이스북에 원고지 64장 분량(1만2771자)에 달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는데 글 속에서 그는 자신을 여전히 억울한 ‘희생양’ 정도로 여기는 듯했다. 전날 기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우매하고 사려 깊지 못한 판단으로 국민들께 너무 큰 분노와 실망을 안겨드렸다. 자숙하고 반성하면서 빚을 갚아나가겠다”고 했던 것과는 동떨어진 뉘앙스였다.
글 말미에는 마치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듯한 언급도 있었다. 글을 본 누군가가 자살 의심 신고를 해 경찰이 출동하는 일까지 빚어졌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도의원의 자리가 대단한 게 아니며 ‘갑질’을 할 위치도 아니라고 장황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도의원이라는 자리가 그가 지난 일주일간 보여줬던 말과 행동처럼 가볍게 처신할 위치는 더더욱 아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지방의원들의 어깨에 놓인 짐의 무게는 도의원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도민들만 바라보고 도민 앞에 떳떳하고 당당할 수 있어야 한다. 잘못이 있다면 솔직히 과오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게 먼저다. 스스로를 변명하고 합리화하는 도의원을 바라보는 도민들의 시선은 결코 따뜻해지지 않을 것이다.
김 의원과 함께 충북도의회 역시 이번 사태를 통해 스스로의 역할에 대해 깊이 반성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
[현장기자-홍성헌] 도의원의 ‘무게’
입력 2017-07-24 17:59 수정 2017-07-24 2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