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은 n분의 1 했는데… 멤버십 포인트 적립은 어찌할꼬?

입력 2017-07-25 05:02

“멤버십 포인트는 누구 카드로 적립할까요?” 직원의 질문에 신모(25·여)씨와 친구들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신씨가 밥값 전체를 한번에 결제했다. 친구들은 비용의 ‘n분의 1’을 신씨 계좌로 송금키로 했다. 문제는 결제금액의 3%에 해당하는 멤버십 포인트를 누구 앞으로 적립하느냐다. 다섯 명 모두 식사한 곳의 멤버십 카드를 가지고 있었다. 눈치만 보던 그들은 결국 가위바위보를 했다.

상품 구매 시 얻는 ‘덤’으로 인식됐던 멤버십 포인트는 ‘제2의 화폐’로 일상에 자리 잡았다. 가맹·제휴사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적립해주는 멤버십 포인트는 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업계에선 현재 300여개에 이르는 멤버십 서비스에서 1조원 규모 이상의 포인트가 적립·거래되고 있다고 본다.

포인트 적립은 이제 덤을 넘어 상품을 고를 때의 주요 기준이 됐다. 특히 ‘조금이라도 아끼고픈’ 청년층에겐 하나의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더치페이’(각자 내기)가 익숙한 청년층에겐 나누기 어려운 포인트를 두고 신경전이 일어나는 신(新)풍속도도 생겨났다.

다른 사람과 돈을 모아 상품을 구매할 경우 누가 포인트를 가져갈지 애매해진다. 특히 자주 만나 소비하는 연인이나 친한 친구 사이엔 포인트 적립액수도 커진다. 오모(24·여)씨는 지난 3년간 남자친구와 카페, 식당 등을 다니면서 모은 멤버십 포인트를 휴가 때 면세점에서 쓰려다 말았다. 오씨의 남자친구가 “나와 함께 모은 포인트니 내 지분도 있다. 나중에 같이 쓰자”고 말했기 때문이다. 쩨쩨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일면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일부 포인트제에선 한도 금액 내에서 다른 사람에게 포인트를 선물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일부는 포인트를 모으려고 특정 브랜드를 고집하기도 한다. 직장인 이모(28)씨는 24일 “바로 앞에 다른 카페가 있어도 일부러 특정 브랜드 카페만 찾아간다”며 “이곳에선 12잔을 마시면 1잔이 무료인데, 내가 커피를 자주 마시는 편이라 혜택이 은근히 쏠쏠하다”고 말했다.

포인트 적립 신풍속도가 소득이 낮은 청년층의 현실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30세 미만 청년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3282만원으로 2014년(3406만원)보다 오히려 떨어졌다. 허리를 졸라매야 하는 청년 입장에선 포인트 적립이 일종의 ‘짠테크’(짠돌이와 재테크의 합성어)가 된 것이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가 2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56.3%는 ‘불황기일수록 멤버십서비스의 판촉효과가 더 커진다’고 답했다. 조성훈 연세대학교 교수는 “청년 세대뿐 아니라 모든 세대가 불황기를 맞아 ‘조금이라도 아끼자’는 심리에 멤버십 포인트 적립에 신경 쓰는 경향이 있다”며 “갈수록 사람들이 모바일 사용에 친숙해지니 포인트 적립·거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글=안규영 기자 kyu@kmib.co.kr, 일러스트=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