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뒷談] 복더위 속… 공공기관장들 떨고있니?

입력 2017-07-25 05:00

“나 지금 떨고 있니?”

드라마 ‘모래시계’ 속 명대사가 최근 공공기관장들에겐 남 얘기처럼 들리지 않을 것 같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24일 박기동 사장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감사원에서 채용비리를 적발한 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지난 18일 감사원과 산업통상자원부에 사의를 표했다. 가스안전공사 공채 1기 출신인 박 사장은 2014년 12월 취임해 임기 5개월을 남겨 놓은 상태였다.

박 사장 사퇴가 공공기관장들의 줄사퇴로 이어질지 관심이다. 이미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유세지원단장을 맡았던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과 강면욱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장,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중도 하차했다.

지난 18일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공공대개혁을 위한 적폐기관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10명의 퇴진 명단을 공개했다. 홍순만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 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사장, 김옥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장,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 정영훈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이사장 등이다.

명단엔 없지만 지난 정부에 임명돼 잔여 임기가 남아있는 공공기관장들도 현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특히 문재인정부의 정책 추진에 걸림돌이 된 기관장들의 불안감은 더 크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신고리 5, 6호기 건설 일시 중단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사회 절차를 무리하게 진행해 부정적 여론을 키웠고 기자간담회에선 원전 건설 공사의 영구중단을 막겠다며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 입장을 표명해 논란이 됐다.

지난 3월 재연임에 성공해 한국전력 최장수 사장이 된 조환익 사장도 지난달 노후 변전소 고장으로 수도권 일부 지역에 대규모 정전사태를 초래하면서 입지가 약해졌다. 당시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 대책으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8기 가동을 일시 중단해 전력 수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던 때였다.

한 공무원은 “청와대에선 ‘인위적 교체는 없다’고 하지만 불편해서 알아서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