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증세 본질 호도하는 여당, 정쟁 빌미 삼는 야당

입력 2017-07-24 18:45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24일 고소득자 및 대기업에 대한 증세를 ‘명예과세’라 부르고 싶다고 했다. 같은 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존경과세’ ‘사랑과세’라고 명명했다. 최고 소득자와 초우량 기업이 세금을 더 부담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명예를 얻게 되니 사랑과 존경을 받게 된다는 이유를 근거로 들었다. 실소를 금치 못하게 만드는 허접한 수준의 말장난이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정부 증세정책을 ‘세금폭탄’이라 규정했고, 김태흠 최고위원은 ‘징벌적 증세’라며 공세에 나섰다. 바른정당은 “국민들에게 사과부터 먼저 해야 한다”고 대통령을 공격했다. 본질을 호도하는 여당이나 정쟁의 빌미로 삼는 야당이나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착하기만 한 정책은 없다. 더욱이 증세든 감세든 조세정책은 양면성이 강하다. 즉 어느 한쪽의 주장이 반드시 옳다고 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증세에 저항이 따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증세가 분명한 것을 명예과세니 사랑과세니 이름 짓는 것은 ‘꼼수’일 뿐 아니라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어려운 정책일수록 우회하거나 둘러대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필요한 이유를 분명히 설명하고 국민적 동의를 구해야 한다. 반대로 야당이라고 해서 증세를 무조건 반대하고 세금폭탄으로 몰아가는 처사는 바람직하지 않은 정치몰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뒤집어씌우기하듯 접근해선 정책이 성공할 수도, 국민이 행복해질 수도 없다.

조세정책 자체가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정치권의 이런 접근은 우려스럽고 매우 위험하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위해서, 또한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 증세가 필요하다는 것은 어느 정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다만 목적에 과도하게 치우치면 부작용을 소홀히 할 수 있고, 반면 부작용만 따지면 정책의 목적을 이룰 수 없다. 부정적 파장을 최소화하면서 증세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세목을, 어느 정도 올릴지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이른바 정책 조화고, 이런 조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정치권의 역할 아닌가. 하지만 정책 논쟁은 실종되고 오로지 유불리에 따른 여론전에 몰두하고 있으니 해도 너무하다. 국민들 입장에선 속이 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