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 대통령, 기업들 얘기 경청하기를

입력 2017-07-24 18:44
문재인 대통령이 27∼28일 15개 기업과 간담회를 갖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새 정부 들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대폭 인상, 법인세 인상 등 9년간 보수 정권의 정책들을 뒤집는 행보가 숨가쁘게 진행되면서 기업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제라도 대통령이 기업과의 소통에 나서는 것은 의미가 있다.

청와대가 자산 순위 14대 그룹 외에 중견기업 오뚜기를 초청한 것은 이례적이다. 오뚜기는 전체 직원 3099명 중 1.16%인 36명만이 비정규직이다. 상속세를 내지 않기 위해 각종 편법을 쓰는 기업들과 달리 함영준 회장은 상속세 1500억원을 5년에 걸쳐 분납키로 하고 지난해 말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착한 경영을 해온 오뚜기 사례를 다른 기업들에 확산시키자는 무언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우리나라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은 1960, 70년대 개발연대 시대를 거치면서 주고받기 거래에 익숙해져 있다. 수출 주도의 압축 성장을 위해 정권은 기업들의 손을 빌렸고, 그 대가로 대기업들의 편법 행위들을 눈감아줬다. 그러다보니 사회적 양극화는 심해지고 공정한 시장이 아닌 ‘기울어진 운동장’이 돼 버렸다. 이제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새로운 상생의 틀을 모색해야 할 때다.

역대 정권들도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 투자와 고용을 독려했다. 과거와 같은 ‘보여주기식’ ‘줄세우기’ 행사가 아니길 기대한다. 정부는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규제들을 풀어주고 잘하는 기업에 대해선 세제 등의 당근책으로 기를 살려줘야 한다. 대신 반칙하는 기업에 대해선 엄벌하면 된다. 대통령은 현장의 고충을 경청하길 바란다. 기업들은 반기업 정서가 유독 심한 이유를 곱씹어봐야 한다. 정권에 검은돈을 갖다 바치고 제 배만 불리면서 정작 기업의 본분인 투자와 고용엔 인색한 탓이다. 소비자들에게 ‘갓(God)뚜기’라 불리는 오뚜기 같은 착한 기업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