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400m 자유형 결선 레이스 전 TV 중계 화면은 ‘마린보이’ 박태환(28·인천시청·사진)을 비췄다. 6년 만에 나선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어떤 레이스를 펼칠까? 다들 궁금했다. 박태환은 첫 50m 구간에서 2위를 기록한 뒤 두 번째 구간에서는 1위로 치고 나갔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250m 지점부터 다른 선수들에게 추월당했다. 마지막 100m 구간에서 힘을 냈지만 4번째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박태환은 메달을 따내진 못했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했다.
박태환은 24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4초38로 4위를 기록했다. 쑨양(중국·26)은 3분41초38의 기록으로 우승하며 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맥 호튼(호주·3분43초85·21)과 동메달리스트 가브리엘 데티(이탈리아·3분43초93·23)는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박태환은 출발 반응속도가 0.62초로 가장 빨랐다. 첫 50m 구간 기록은 25초82로 8명 중 2위였다. 두 번째 구간에서는 54초04를 기록하며 1위로 올라섰다. 마지막 350∼400m 구간에선 폭발적인 스퍼트로 8명 중 가장 빠른 26초43을 기록했다. 문제는 중반 레이스였다. 박태환은 200m 이후 급격하게 페이스가 떨어지며 메달권에서 멀어졌다.
박태환의 옛 스승인 노민상 전 대표팀 감독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중반까지 선두를 달리는 선수와 머리 하나 차이로 따라붙었다가 막판에 스퍼트를 해 역전하는 작전을 구사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며 “(박)태환이는 8명 중 가장 나이가 많지만 체력적인 문제는 없어 보였다. 다만 이번에 뭔가 보여 주겠다는 생각에 큰 부담감을 느낀 것 같다. 태환이는 한이 많은 선수다. 그 한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승화시켜 남은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바란다”고 말했다.
금지약물 사건 등의 시련을 겪은 박태환은 우여곡절 끝에 리우올림픽에 출전했지만 전 종목에서 예선 탈락했다. 그렇게 그의 시대는 막을 내리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아시아선수권대회, 12월 쇼트코스(25m)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빛 레이스를 펼치며 부활을 알렸다. 박태환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26일 자유형 200m, 31일 자유형 1500m에서 메달 획득에 나선다.
한편 안세현(22·SK텔레콤)과 김서영(23·경북도청)은 이날 각각 여자 접영 100m와 개인혼영 200m 결승에 진출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마린보이’ 희망의 레이스 펼쳤다… 자유형 400m 아쉽게 4위
입력 2017-07-24 18:06 수정 2017-07-24 1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