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원가자문 서비스’ 민간공사 거품 빼준다

입력 2017-07-24 17:59
지난 2월 서울시청에서 열린 ‘행당 제7주택개발정비사업 원가자문회의’에서 설계전문업자, 구조기술사, 서울시 및 구청 공무원 등이 참여해 원가 절감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 성동구 행당 제7구역 재개발조합은 올해 착공하는 새 아파트 주차 공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설계도면상 각 동마다 130여 가구가 입주하는데 확보할 수 있는 주차 공간은 110면뿐이었기 때문이다. 주차 공간을 넓히자니 공사비가 치솟을 것이 뻔했고, 공사 자체도 기술적으로 만만치 않았다.

조합의 고민은 의외의 곳에서 풀렸다. 서울시의 ‘재개발·재건축 원가자문 무료 서비스’를 신청했더니 ‘땅을 파서 새 주차 공간을 확보하는 대신 주차장 기둥을 사각에서 원형으로 바꾸라’는 조언을 얻었다. 이에 따라 설계를 바꿨더니 주차 공간 80면이 추가로 확보됐고 38억9700만원의 공사비도 절감할 수 있었다.

서울시는 2015년 전국 최초로 도입한 ‘원가자문 무료 서비스’가 재개발·재건축 조합들의 공사비를 줄이는 데 톡톡히 한몫을 하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시는 민간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설계도면을 검토해 더 경제적이고 안전한 설계를 제안하고 공사비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공공부문 공사 계약을 심사하며 쌓은 노하우를 민간에 적용해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계약심사과 직원들은 전문가들과 함께 설계도면을 분석해 공사비 원가를 낮출 방법을 찾는다. 터파기, 미장 작업 등이 설계도와 다르게 적용돼 있거나 재료의 가격이 정상보다 높게 계산된 경우가 있으면 지적한다. 시는 제도 시행 후 최근까지 총 6건을 자문해 공사비 1241억원을 절감시켰고 올해 8건을 추가 자문할 계획이다.

강남구도 지난해 7월부터 자체적으로 원가 자문서비스를 시작했다. 관내 아파트 28개 단지에서 총 43건 77억원 규모의 공사·용역 계약 원가자문 신청을 받아 심사한 결과 4억7000여만원을 절감할 수 있었다.

구 관계자는 “2015년 어린이집이나 양로원 등 구의 지원금을 받아 추진되는 사업들에 대해 계약 원가 심사를 했더니 이전 공공분야에 비해 원가 절감율이 3배나 됐다”며 “민간 분야는 원가가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높아 아파트로 자문 서비스를 확대했다”고 말했다. 구는 올해 초 공동주택 관리규약을 개정해 아파트에서 시행하는 1억원 이상 공사와 5000만원 이상 용역계약은 의무적으로 계약심사를 받도록 했다.

안호 서울시 계약심사과장은 “원가 자문 서비스는 원가 산정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조합원간 분쟁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며 “서비스를 더 보강하고 대상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