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학여고 14번’. 23일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학창 시절 유명한 농구선수였다. 170㎝ 키에 포워드로 실력을 인정받았던 김 후보자는 농구 실업팀에 입단했고, 이후 노동조합 활동가로 20년 가까이 활약했다. 노동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아 정계에 입문했고 3선 의원까지 지냈다.
김 후보자는 1973년 한국신탁은행 소속 농구 실업팀에 입단했다. 중학생 때 농구를 시작한 김 후보자는 고교 시절 전국대회 우승도 이끌었다. 당시 한 해 200여명의 고교 농구 선수들 가운데 실업팀에 갈 수 있는 건 10∼20명 수준에 불과했을 정도로 유망한 선수였다.
하지만 입단 3년 만에 체력적인 문제로 선수 생활을 마치고 은행원으로 변신하면서 노동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6년차 은행원 시절 갓 입사한 남자 은행원보다 자신의 급여가 적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본격적인 계기였다. 1985년에는 서울신탁은행 노동조합에서 여성부장을 맡았다. 1988년에는 여성 최초로 전국금융노동조합연맹 상임부위원장을 역임하며 노조 활동가로 활약했다.
김 후보자의 노조활동 이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눈에도 띄었다. 김 후보자는 1999년 새천년민주당 창당 당시 노동계 대표인사로 영입됐다. 2002년 16대 대선 때는 노무현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여했다. 17대 국회에 열린우리당 소속 비례대표로 입성한 그는 19·20대 총선에서 서울 영등포갑에서 연이어 당선되면서 3선 의원이 됐다. 19대 국회에선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도 맡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23일 “현역 정치인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은 측면도 있지만, 그것만 고려한 것은 아니다”면서 “전문성과 열정을 두루 갖춘 분으로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김 후보자는 기자회견을 통해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정부에서 고용노동부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핵심 부처라고 생각한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문제,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문제, 고용의 형태에 따라 같은 노동을 제공하고도 차별받는 문제가 해소돼야만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를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노동 문제를 풀 해법에 대해서는 “정부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의욕만 갖고 단기적으로 풀 수 없다”면서 “노사정이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3당은 김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예고했다. 자유한국당은 “강성 노조의 입장만 대변할 경우 일자리 창출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바른정당과 국민의당도 ‘느슨한 검증’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62) △무학여고 △한국방송통신대 국문과, 서강대 경제학 석사 △전국금융노동조합연맹 상임부위원장 △17·19·20대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김판 기자 pan@kmib.co.kr
‘무학여고 14번’ 농구 유망주 ‘김영주’, 고용부 장관 후보자 되다
입력 2017-07-24 05:04 수정 2017-07-25 1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