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27일 문을 연다. 4000만 가입자를 자랑하는 카카오톡 플랫폼, 한국투자금융지주 등 금융권 대주주가 도약의 발판이다. 네트워크와 실탄이 든든하다는 측면에서 지난 4월 영업을 시작한 케이뱅크보다 전투력이 세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중은행들은 비대면 서비스를 늘리고 디지털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이 촉발할 ‘은행 대전 2라운드’를 앞두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23일 ‘5000달러 이하 송금비용 5000원’을 골자로 하는 해외송금 서비스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22개국·12개 통화를 대상으로 365일·24시간 해외송금을 할 수 있는데, 수수료가 시중은행 영업점의 10분의 1 수준이다.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은 제외돼 기업이 이용하기엔 불편하지만 개인 해외송금은 95%까지 소화한다.
카카오뱅크는 파격적인 해외송금 서비스를 앞세우기 위해 영업 개시를 2∼3개월 늦추며 테스트를 해왔다. 시중은행과 견줘 서비스는 제한적일지라도 가격을 파괴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0.01%의 금리 혜택이나 서비스 수수료 인하에 민감한 고객부터 끌어오겠다는 전략이다.
직장인 신용대출 상품의 한도 역시 1억원 이상으로 올릴 방침이다. 직장인 신용대출은 선발주자 케이뱅크가 실탄 부족으로 석 달 만에 중단한 상품이다. 케이뱅크는 산업자본 KT가 지분 10%를 보유한 1대 주주이고, 21개 군소 주주가 난립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지분율 58%의 최대 주주다. 카카오와 KB국민은행은 10%씩 투자했다. 주요 주주는 9곳으로 ‘은산분리 규제’(산업자본의 은행 소유·지배 금지) 완화가 어렵더라도 증자가 가능하다.
온라인 메신저 카카오톡과의 직접 연결은 최대 장점이다. 카카오뱅크 간편 송금은 카카오톡 주소록을 열며 시작되는데, 계좌번호 없이 아이디만으로 돈을 보낼 수 있다. 교통카드와 해외결제 기능이 없던 케이뱅크 체크카드의 단점도 보완했다. 기존 신용카드사의 알짜 수입원이던 카드론 상품과 경쟁하기 위해 한도 500만원 이하 소액대출인 ‘모바일 속 비상금’ 상품도 구비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모바일 신용대출 한도를 1억원으로 늘리는 등 견제구를 던지기 시작했다”며 “예금·대출 금리에서 본격 인하 경쟁을 벌여 고객 가치를 더 높이겠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은 금리 정면대결을 피하는 대신 모바일 비대면 상품을 정비하고 디지털 조직 개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신한금융이 지주 차원에서 디지털 최고책임자(CDO) 직을 신설했다. KB금융은 생활금융 플랫폼 리브(Liiv)의 내실화를 도모 중이다. 인터넷은행과 본격 금리 경쟁을 벌이고 있는 쪽은 오히려 제2금융권 저축은행이다. 중신용자 기반이어서 그렇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선정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어 인터넷은행과의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라고 말했다.
글=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기획] 카카오뱅크 27일 오픈… 더 ‘쎈 놈’이 온다
입력 2017-07-24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