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도부의 대대적 개편이 예정된 올가을 중국공산당 19차 당 대회를 앞두고 전·현직 지도자들의 비밀 회동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임박했다.
중국공산당 최고지도부와 원로들은 매년 7월 말이나 8월 초 여름휴가를 겸해 허베이성 친황다오시에 있는 휴양지 베이다이허에 모여 당의 주요 정책을 논의한다. 마오쩌둥 전 주석이 1954년 첫 회의를 연 뒤 연례행사로 굳어져 있지만 당국은 회의 개최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아 왔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집단지도체제를 이끌고 있는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이 언론에서 사라지는 순간부터 다시 등장하는 때까지를 베이다이허 회의 기간으로 본다. 지난해에도 7월 29일부터 시작해 10일가량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은 23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리펑 전 총리를 비롯한 당 원로들이 베이다이허에 속속 도착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와 달리 베이다이허 회의의 영향력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체제 이후에는 축소됐다는 게 정설이다. 시 주석 집권 후 집단지도체제를 1인 통치로 대체하려는 노력이 진행되면서 퇴임 지도자들의 영향력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베이다이허 회의는 19차 당 대회를 앞둔 시점이라 예년보다 훨씬 중요하게 받아들여진다.
19차 당 대회에서는 시 주석의 집권 후반부를 맞아 지도부 개편이 이뤄질 예정이다. 중국공산당의 오랜 전통인 7상8하(七上八下·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에 따라 현 정치국 상무위원 7명 가운데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만 유임하고 나머지 5명은 교체돼야 한다. 시 주석은 측근들로 차기 지도부를 구성할 계획이다. 중화권 언론들은 시 주석이 7상8하를 따르지 않고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인 최측근 왕치산(69)을 유임시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왕 서기는 미국에 도피 중인 부동산 재벌 궈원구이의 정경유착 비리 의혹 폭로로 집중 공격을 받으면서 입지가 축소됐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하지만 왕 서기는 지난 17일 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기명 칼럼을 싣고 건재를 과시했다.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에서는 향후 공산당 내부의 계파별 권력 배분을 놓고 치열한 암투가 벌어질 수 있다.
지난 15일 유력한 차기 주자로 꼽혀온 쑨정차이 전 충칭시 서기가 돌연 면직된 것은 권력 암투의 전초전으로 볼 수 있다. 쑨 전 서기가 면직될 당시 7명의 상무위원 중 장더장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과 류윈산 중앙서기처 서기가 해외 출장 때문에 국내에 없었다. 공교롭게도 장더장과 류윈산은 장쩌민 전 주석 계파로 알려진 인물들이다. 쑨 전 서기도 범장쩌민계다. 현재 시 주석에 맞선 유일한 대항 세력인 장 전 주석 측의 움직임에 특히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장 전 주석 측이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문제를 제기할 경우 큰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
또 쑨 전 서기가 원자바오 전 총리의 지원을 받는 인물이어서 원 전 총리의 대응 여부도 주목된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中 ‘베이다이허 회의’ 임박… 권력 암투 벌어지나
입력 2017-07-24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