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재판을 하지 않고 판결을 선고할 수 없듯이, 검사가 수사를 하지 않고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는 24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수사·기소 분리론에 대한 반대 견해를 밝혔다. 그는 “수사와 기소는 성질상 분리할 수 없는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등 검찰제도를 두고 있는 대부분 국가에서 검찰이 기소 기능과 함께 수사 기능도 보유하고 있다”고 서술했다.
‘대부분의 국가’를 운운한 문 후보자의 답변은 그간 경찰이 주장하던 “수사·기소권의 분리가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었다. 나아가 이는 문 후보자와 함께 호흡을 맞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견해와도 사뭇 차이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장관은 앞서 인사청문회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검찰이 독점하는 것에 폐해가 있다”며 “1차적으로 경찰이 수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미묘하게 갈리는 답변에서 보듯 수사·기소 분리에 대해서는 논란이 뜨거울 전망이다. 수사·기소 분리의 주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여러 논의 가운데서도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평가받는다. 현재까지 검사에게 부여된 직접수사 기능, 수사지휘 기능, 영장심사 기능을 모두 폐지하자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그간 수사와 기소는 상호 분리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해 왔다. 기소와 수사는 서로 구별되는 별개의 절차가 아니라 사건 실체를 규명하고 혐의 여부를 밝히는 수사의 연장선상으로서의 결론이 기소일 뿐이라는 논변이었다.
수사·기소를 분리하고 검사의 수사지휘 기능을 없애려면 경찰의 수사 오류가 우선 사라져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2015년 사법경찰관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지만 검찰에서 각하, 무혐의, ‘죄가 안 됨’ 처분을 받은 사람의 숫자는 2만8599명이었다. 같은 해 사경이 각하, 무혐의, ‘죄가 안 됨’,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송치했지만 검찰이 정반대로 기소한 사례는 3980명이었다. 일선 검찰청의 수사지휘 전담검사들은 “수사지휘는 권리가 아닌 의무일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검찰의 직접수사를 없앤다면 거악 척결에 대한 공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대기업 연루 비리사건, 대형 부정부패 사건, 다수 국민의 피해 사건에는 고도의 수사 능력과 정밀한 법률 지식이 모두 요구된다는 얘기다. 이러한 부분에 있어 경찰의 수사력도 괄목할 만하지만, 그간 검찰 특별수사부 등의 특별수사 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는 반론이 크다.
수사·기소 분리 주장이 경찰의 수사권 독점으로 흘러가는 상황을 견제해야 한다는 이론도 있다.
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
[文정부 수사권 조정 점검] 수사는 警 - 기소는 檢… 글로벌 스탠더드 맞나
입력 2017-07-24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