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청년의회, 청년정책으로 ‘갭이어(gap year)’ 제안 “인생 설계·진로 모색할 시간 제공해야”

입력 2017-07-24 05:00
청년의 능동적 시정 참여 확대 등을 위해 23일 오후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2017 서울청년의회’에 참석한 청년의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는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습니다. 정해진 길만 달려왔습니다. 스스로의 삶을 설계하고 직접 체험해보는 시간을 갖지 못했습니다. 이제 공공자원을 투자해 청년들에게 자기 삶을 설계하고 진로를 모색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야 합니다.”

지난해 서울시에서 시작된 청년수당 정책을 제안한 서울청년의회가 내년 신규 청년정책으로 ‘갭이어(gap year)’를 제안했다. 서울청년의회는 청년 주도의 청년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서울시가 2013년부터 운영하는 제도로 만 19∼33세 137명의 청년 의원들로 구성됐다. 이들이 4개월간의 토론을 거쳐 도출해낸 갭이어 등 10가지 정책 제안이 23일 열린 ‘2017 서울청년의회’에서 발표됐다.

‘서울형 청년 갭이어’는 청년들이 일정 기간 여행, 봉사, 인턴, 창업 등 새로운 환경에서 활동하며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혜민 청년의원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청년들에게 갭이어를 갖도록 하는 게 보편화되고 있고 한국에서도 청년들이 휴학, 휴직, 워킹홀리데이 등으로 갭이어를 갖고 있다”며 내년부터 서울시가 시범사업을 시작할 것을 제안했다. 대학 재학생들에게는 자유학기제를 도입하고 휴학생·졸업생·비진학자 대상의 진로탐색 갭이어, 퇴직·이직자 대상의 진로 재설계 갭이어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서울청년의회는 갭이어 외에도 다양한 의견을 제안했다. 서진솔 청년의원은 “청년수당이 전국적으로 확산된다고 하니 기쁘기도 하지만 전국화되는 과정에서 애초의 원칙과 원리가 왜곡되고 있다”면서 “청년수당은 단순히 몇 백 만원의 돈을 지급하는 게 아니라 청년들에게 시간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훈배 청년의원은 “대중교통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게 20대 청년”이라면서 “서울시의 버스정책을 만드는 버스정책시민위원회에 청년분과 신설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또 나현우 청년의원은 “서울시의 청년취업정책이 취업률이라는 숫자에만 집중돼 있다”고 비판하면서 “서울시의 청년 뉴딜 일자리나 일자리 카페 사업에 대해 청년들과 함께 전면적인 특별점검을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시의 국·실장들도 이날 참석해 청년의원들의 질의에 대답했다. 박 시장은 청년의회가 제안한 정책들에 대해 “서울시가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도 부족한 게 많다는 것을 통감하게 됐다”면서 “갭이어의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며 청년의원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조속히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