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는 구름 관중이 몰려들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3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 여자 배구대표팀의 경기를 보기 위해서였다. 관중은 김연경(상하이) 등 한국 선수들이 득점에 성공할 때마다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대표팀은 열띤 응원을 보내 준 팬들에게 ‘안방 3연승’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홍성진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국제배구연맹(FIVB) 2017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 2그룹 예선라운드를 1위로 마쳤다. 이날 한국은 H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폴란드를 상대로 세트 스코어 3대 0(25-23 25-20 25-22)으로 완승을 거두며 대회 7연승을 질주했다. 또 지난 21일부터 국내에서 열린 대회 3주차 경기에서 카자흐스탄, 콜롬비아, 폴란드를 차례로 격침시키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한국은 3주에 거쳐 열린 이번 대회 예선라운드 총 9경기에서 8승 1패(승점 25)의 호성적을 챙겼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2위 폴란드(7승2패·승점 21)를 따돌리고 2그룹 1위로 결선 라운드에 올랐다. 한국 선수들은 2그룹 1위를 확정한 뒤 코트 위에서 얼싸안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홍 감독도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만족스런 표정을 지어보였다. 경기는 끝났지만 승리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한국 관중들은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쳤다.
한국의 돌풍 중심엔 ‘배구 여제’ 김연경이 있었다. 김연경은 대회 9경기 동안 147점(전체 1위)으로 상대팀 코트를 폭격하며 한국의 주포로서 임무를 다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양팀 통틀어 최다인 17득점을 올리며 공격을 이끌었다.
대표팀 주장을 맡은 김연경은 공격뿐 아니라 동료들을 격려하며 팀 사기를 끌어올리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최근 국제대회에서 힘을 쓰지 못했던 한국 선수들은 김연경의 활약에 자극을 받아 펄펄 날았다. 자신감도 크게 올랐다. 양효진, 김수지, 염혜선, 김희진, 김해란 등은 번갈아가며 김연경과 호흡을 맞춰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 양효진과 김수지는 철벽 블로킹으로 상대 공격을 막아냈고, 염혜선은 날카로운 서브를 뽐냈다. 34세의 노장 리베로 김해란은 수비에서 제몫을 했다. 이제는 더 이상 김연경에게만 의존하는 대표팀이 아니었다.
한국 팬들의 열렬한 응원도 큰 힘이 됐다. 지난 21일 카자흐스탄전 당시 4800석이 마련된 수원실내체육관에는 3500여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이튿날 콜롬비아전에는 5000여명, 이날 폴란드전에는 5500여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적지 않은 관중들이 입석을 불사한 채 대표팀을 응원한 셈이다.
김연경은 “힘든 경기였지만 모든 선수들이 잘해줬다. 정말 많은 팬들이 직접 와주셨는데 덕분에 힘이 나서 경기를 쉽게 풀었다”며 “결선 라운드에서도 반드시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겠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3년 만의 1그룹 승격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한국은 2014년 대회 때 1그룹에 소속돼 8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5, 2016년 대회에 연달아 불참하면서 2그룹으로 밀려났다. 2그룹 우승팀은 내년에 1그룹으로 승격된다.
2그룹 우승팀을 가리는 결선 라운드는 오는 29일과 30일 체코 오스트라바에서 열린다. 한국과 폴란드를 포함한 2그룹 상위 3개 팀, 주최국 체코 등 총 4팀이 우승컵을 놓고 격돌한다. 개최국 체코가 예선 3위와 준결승전을 치르고, 1위 한국은 2위 팀과 맞붙는다. 준결승전에서 이기는 팀은 30일 결승전을, 패한 팀은 3∼4위전을 치른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응원+실력… 한국女배구 ‘승진’ 보인다
입력 2017-07-23 1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