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더 깊어가는 재계… 최저임금 인상 부담 이어 법인세율 인상 카드에 당혹

입력 2017-07-24 05:03

정부가 최저임금 최대폭 인상에 이어 법인세율 인상 카드까지 꺼내자 재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0대 그룹 관계자는 23일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범위를 최소화한다고 하지만 대상 기업들은 해외에서 경쟁하는 기업이 대부분”이라며 “세계적으로 법인세를 인하하는 상황에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재계에선 “아직 법인세 인상 방침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하면서도 재벌 개혁 및 상생방안 마련 요구에 이어 최저임금 인상, 법인세율 인상 논의까지 잇따르자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벌 개혁 및 상생 방안 이슈는 그간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나 협력사에 대한 ‘갑질’ 논란이 사회적 문제가 됐고 기업의 자발성을 강조해 자성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실질임금을 감안하지 않은 최저임금 인상과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하는 법인세 인상으로 국정 방향을 잡자 정부가 지나치게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실제 재계에선 법인세의 경우 박근혜정부 이후 실효세율을 높여왔는데 명목세율까지 높일 경우 부담이 가중된다고 보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이날 발표한 ‘조세 감면 정비현황 시계열 분석’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전체 조세감면액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반대로 법인세의 감면액은 감소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소득세 감면액이 2012년 대비 28.8% 증가한 반면 법인세 감면액은 2012년 대비 24.7% 줄었다. 기업 중에서도 중소기업의 감면액은 5.2% 증가한 반면 중견·대기업은 7.7% 감소했다. 이는 박근혜정부 들어 증세 논란을 피하기 위해 명목세율은 그대로 둔 채 비과세·감면 정비로 실효세율을 높인 것과 무관치 않다.

재계 관계자는 “일각에선 법인세를 낮춰도 기업이 투자나 고용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비판하지만 투자와 고용에 법인세가 적잖은 영향을 주는 것도 사실”이라며 “장기적으로 국내 기업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이유가 돼 고용 창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글=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