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수사권 조정 점검 <상>] 檢·警 영장청구권 논란… 인권 담보 실험인가

입력 2017-07-24 05:01
현행 헌법 제12조 3항과 제16조 등은 체포·구속·압수수색영장의 청구권자를 검사로 한정하고 있다. 법학계도 현행 영장 청구에 관한 절차규정을 인권보호·영장주의를 함께 규정한 것으로 해석한다. 결국 지금처럼 법관 앞에서 강제수사 여부를 최종 판단받을 때 항상 검사를 거치는 이유는, 법관 이전에 한 차례 더 검사에 의한 보호절차를 둔다는 것이다. 이는 1962년 제5차 개헌 시 도입된 뒤 반세기 이상 유지된 원칙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독점된 검찰권에 대한 문제 제기가 시작됐고, “경찰도 직접 영장청구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싹트기 시작했다. 경찰은 영장 신청 시 검사 경유 원칙을 없애는 것이야말로 영장주의를 실현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이 영장의 적법성 여부를 최종 판단하기 때문에 인권보호 장치가 완전히 없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반박이었다. 검찰은 여전히 영장청구권이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까지 확대되면 일관적이지 않고 반복적인 영장 청구가 초래될 것이라는 신중론을 편다.

‘검사 기각’의 의미

양측의 입장이 첨예한 가운데 그간의 통계를 살펴보면 법관 이전 검사의 기각으로 강제수사를 덜 받게 된 국민이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2011년부터 2014년 사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에 대한 검사기각, 판사기각을 합친 총 기각률은 32.2%에 이른다. 이때 검사가 직접 청구한 구속영장의 기각률은 24.9%로 집계됐다. 검사가 구속영장을 기각한 사건이 추후 정식 기소되는 비중은 절반에 이르지 못했다.

체포영장과 압수수색영장의 경우 경찰과 검찰의 기각률 비중 차이는 좀 더 두드러졌다. 2011년부터 2015년 사이 경찰이 신청한 체포영장이 검사·판사에게 기각된 비중은 12.69%였다. 같은 기간 검사가 직접 청구한 사건이 판사 앞에서 기각되는 비중은 이보다 낮은 2.12%였다. 역시 같은 기간 경찰 신청 압수수색영장이 검사·판사에게서 기각된 비중은 8.97%였는데, 이때 검사가 직접 청구한 압수수색영장의 기각률은 3.26%로 집계됐다.

검찰은 이 통계를 두고 경찰이 신청한 각종 강제수사와 관련해 의미 있는 통제장치가 기능했다는 입장이다. 부당한 영장청구로 인한 기본권 침해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경찰은 검사가 경찰의 영장 신청을 기각한 경우들에 대해 법관으로부터 영장의 적법성 여부를 판단받지 못해 오히려 ‘영장주의를 통한 기본권 보장’ 원칙이 무너졌다고 주장한다. 검사를 경유하는 현 영장 신청 시스템하에서 기각률을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독점 폐지 기대반 우려반

검·경 수사권 조정의 신중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이러한 통계를 토대로 영장청구권 조정 시 반복적·중첩적 수사가 우려된다는 의견을 편다. 일반 사법경찰관과 특사경 등 4만여명, 국정원 등이 개별적으로 영장을 청구할 수 있게 되면 어려워지는 사전통제만큼 국민의 기본권 침해가 커진다는 의견이다. 검사는 보완수사를 지휘할 수 있지만 법관은 발부·기각만 결정할 수 있다는 점도 무분별한 수사 우려의 근거로 제시된다.

검찰의 영장청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것은 경찰의 수사권 독점으로 변질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행 형사사법 절차에서 90% 이상의 수사는 이미 경찰이 담당하고 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검찰의 인지(認知·직접 단서를 찾아 조사) 인원은 1만8100명인데, 이는 경찰 인지 인원(166만2890명)의 90분의 1 수준이다. 이런 때 강제수사에서 경찰이 검사를 경유하지 않겠다는 것은 국민 전체의 인권을 담보로 위험한 실험을 하는 것이라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기우라는 입장이다. 경찰은 영장 청구 주체를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경찰로 한정하면 그 비율은 낮아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 경우 전체 경찰 중 138명만 새로이 영장 청구가 가능하다.

경찰은 오히려 “영장 신청의 검사 경유 원칙은 신속한 수사를 막는 원인이 된다”고도 주장한다. 검사 심사 단계에서 피의자의 신병과 증거를 신속하게 확보하는 데 문제가 생긴다는 논리다. 2012년 경찰 54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검사의 영장 심사 때문에 수사에 차질을 빚은 적이 있다”고 대답한 경찰의 비율은 91%였다.

글=이경원 윤성민 기자 neosarim@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