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새 도서관인 ‘관정관’을 개관한 지 2년여가 지났지만 만성적인 서고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매년 5만여권의 장서가 늘어나고 있는 데다 관정관이 서고로서의 역할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에서는 여전히 수원캠퍼스에 있는 보존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인문대의 한 교수는 23일 “연구에 필요한 원문 자료가 거의 다 수원에 가 있다”며 “도서관에 있는 책들을 읽어보면서 고를 때가 많았는데 이제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서고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2012년 수원캠퍼스의 건물을 리모델링해 보존도서관을 만들었다. 이곳에는 오래됐거나 이용 빈도가 작은 단행본 25만여권 등이 보관돼 있다.
문제는 이곳에 있는 책을 빌리려면 중앙도서관에서 배달 서비스를 신청해야 한다는 점이다. 업무일 기준으로 통상 3일 정도 걸린다. 대학원생 김모(32)씨는 “매번 신청하는 게 번거로워서 그런지 이전만큼 책을 잘 안 보게 된다”고 했다. 서고 포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수원 보존도서관에 있는 책은 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대 중앙도서관은 국내에서 국립중앙도서관 다음으로 장서 규모가 크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서고 포화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서울대는 2012년 “기존 중앙도서관은 250만책을 보유해 현재 과포화 상태”라며 새 도서관 착공을 선언했다. 3년 뒤인 2015년 2월 총 690억원의 예산이 들어간 ‘관정관’이 개관됐다. 관정관은 8개층, 연면적 2만7245㎡의 규모로 6개층, 연면적 3만505㎡인 본관과 맞먹는 크기다.
하지만 그 후에도 중앙도서관의 서고 부족은 개선되지 않았다. 관정관에 소장된 단행본은 2만3000여권으로, 282만여권을 소장하고 있는 본관에 비하면 100분의 1 수준이다.
관정관이 이처럼 소장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우선 책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관정관이 ‘서고’ 역할에 한계가 생긴 것은 열람실 부족, 비용과 지반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관정관 개관 직후부터 지난해까지 중앙도서관장을 지낸 홍성걸 건축학과 교수는 “서고 포화에 대한 문제의식도 있었지만 전자 매체로의 전환이 이뤄지는 현실을 고려해 열람실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결정된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관정관은 8개층 모두 열람실 등 이용자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다른 중앙도서관 관계자는 “지하에 보존서고를 만든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지반이 암반이라 이행하지 않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중앙도서관 장서는 매년 평균 5만여권 증가하고 있다. 중앙도서관 관계자는 “전자책으로의 전환이 생각만큼 빠르지도 않을 뿐더러 종이책에 대한 수요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도서관은 아직도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홍순영 중앙도서관 학술개발팀장은 “서고 확보를 위해 본관 서가를 리모델링하고 밀집형 서가로의 전환도 알아보고 있다”면서도 “모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기획] 서울대 새 도서관 개관 2년여 만에 ‘서고 포화’
입력 2017-07-24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