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서 처리하는 과정에서 여야가 보인 행태는 왜 우리 정치권이 국민들로부터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받고 있는지를 새삼 입증하기에 충분했다. 합의 처리에 실패한 것도 모자라 국회의원 수가 부족해 의결정족수 미달 사태까지 벌어진 것이다. 추경안이 처리된 직후 정세균 국회의장이 “국회가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승자는 없었다. 여당도 야당도 패자다”며 “국민 눈높이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국회를 운영하면 국회의 존립 의의가 지속해서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한 이유다.
지난달 7일 정부가 추경안을 제출한 후 끊임없이 대립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을 배제한 채 국민의당, 바른정당과 손잡고 밀어붙였다. 그런데 민주당 의원 26명이 표결에 불참하면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것이다. 민주당은 야당의 반대를 문재인 대통령 1호 공약인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상처내기 위한 공세라며, 늦어질수록 추경효과가 떨어진다고 공박해 왔다. 그래놓고 소속 의원(120명)의 5분의 1 넘게 본회의장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추경안 처리에 합의해 놓고 표결 직전에 집단 퇴장한 한국당의 행위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뒤늦게 한국당 의원 일부가 돌아와 추경안이 처리되자 여야 지도부는 낯 뜨거운 자화자찬과 함께 상대에게 파행의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본회의장에서 고성을 주고받는 구태도 재연됐다.
추경안 처리는 다당 체제인 우리 국회가 얼마나 허약하고 생산성이 떨어지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우선 제1야당을 ‘왕따’시키고 국회를 운영하겠다는 여당의 전략은 한계가 분명했다. 과반에 한참 못 미치는 소수 여당으로는 제2, 제3야당과 3당 연대를 구축한다 하더라도 한국당이 끝까지 반대하면 국정을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기 어렵다는 점을 절감했을 것이다. 반대로 107석을 갖고 있는 한국당도 무조건적인 반대 노선을 걸을 경우 한순간에 국회에서 소외될 수 있음이 드러났다. 서로를 협상 파트너로 존중하고 협치를 해야 하는 구조인 셈이다. 이를 명심해야 모두 패자가 아니라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은 공존의 길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
[사설] 與도 野도 모두 패자라는 지적 새겨들어야
입력 2017-07-23 1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