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한국프로농구(KBL)에 단신 외국인 선수 열풍이 불고 있다. 단신 용병을 뽑은 팀들이 최근 승승장구하면서 많은 팀들이 키가 작은 대신 빠르고 드리블이 뛰어난 외국인 가드를 선호하고 있다. KBL 출범이후 구단의 외국인 선수 선호도는 많은 변화를 보여왔다.
KBL은 21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2017 KBL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를 실시했다. 1∼4순위인 서울 삼성과 안양 KGC인삼공사, 전주 KCC, 서울 SK는 지난 시즌에 뛰었던 기존 선수들과 재계약했다. 이에 따라 5순위로 사실상 1순위 지명권을 얻은 인천 전자랜드가 186.7㎝의 가드인 조시 셀비를 뽑았다. 셀비는 미국 농구 명문 캔자스대 출신으로 터키와 이스라엘 리그 등에서 활약했다. 특이할 점은 이날 1라운드에 새로 지명된 6명 가운데 4명이 193㎝ 이하의 단신 선수였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2시즌 동안 단신, 특히 190㎝ 미만의 외국선수가 활약한 팀이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실제 고양 오리온은 2015-1016시즌에 가드 조 잭슨(180㎝)을 뽑아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잭슨은 챔프전에서 평균 23점 3.8리바운드 7.0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지난 시즌에는 KGC가 키퍼 사익스(178㎝)를 앞세워 창단 첫 통합우승을 일궜다.
그동안 프로농구 구단의 외국인 선수 선정에는 일정한 트렌드가 있었다. KBL 초창기인 1990년대 후반에는 득점·리바운드·스틸 등 공수에서 모두 뛰어난 팔방미인형(테크니션)들이 눈에 띄었다. 원년인 1997년 원주 나래(현 동부)는 하위권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리바운드·블록 1위, 스틸 2위, 득점 4위에 오른 제이슨 윌리포드를 앞세워 2위로 시즌을 마쳤다. 그해 부산 KIA(현 모비스)를 챔피언으로 올린 클리프 리드도 유사한 스타일이었다.
이후에는 몸싸움에 능한 탱크형 선수가 각광을 받았다. 대전 현대(KCC 전신)의 조니 맥도웰이 대표적이다. 맥도웰은 비교적 단신(194㎝)임에도 큰 덩치(104㎏)를 앞세워 한국 프로농구를 평정했다. 97-98시즌부터 세 시즌 연속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2000-2001시즌에는 맥도웰과 비슷한 스타일인 아티머스 맥클래리가 삼성을 우승시켰다.
2000년대 중후반에는 테크니션형, 탱크형이 골고루 선택되는 ‘맞춤형 용병’ 시대였다. 테크니션형으로는 단테 존스, 탱크형은 체중 160㎏을 자랑하던 나이젤 딕슨이 있었다. 2010년대엔 수비를 잘하는 ‘한국형 용병’이 대세가 됐다. 대표적인 선수가 현재 최고의 용병으로 꼽히는 리카르도 라틀리프다. 라틀리프는 수비에 대한 이해가 높아 많은 팀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번 드래프트에서도 지난 시즌에 이어 삼성의 부름을 받았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단신 용병 직전에는 언더사이즈 빅맨(190∼193㎝)의 시대였다. 언더사이즈 빅맨도 단신에 포함이 되지만 역할에 차이가 있다. 가드 위주의 단신 용병과 달리 이들은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센터나 포워드 역할을 하는 선수들이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이 언더사이즈 빅맨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유 감독은 이번 드래프트에도 한 명을 언더사이즈 빅맨으로 선택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요즘 프로농구 용병 트렌드는 ‘단신’
입력 2017-07-22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