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증세론’에 여권 일각 “내년 지방선거 어쩌려고…”

입력 2017-07-22 05:04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증세 논의에 여권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우선 ‘증세’라는 단어를 꺼낸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한 여당 의원은 21일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및 100대 과제 발표 이후 ‘증세 없는 복지’ 논란이 확산되자 당정이 허겁지겁 증세 논의를 시작하는 모양새”라며 “증세라는 민감한 문제를 여론 비판에 떠밀려 서둘러 추진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어 문제”라고 말했다.

문재인정부는 그간 본격적인 증세는 내년 이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법인세 및 부동산 보유세 인상, 에너지 세제 개편 등 조세 저항을 부를 수 있는 사안은 올 하반기 각계 인사가 참여하는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칭)를 신설해 내년 이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게 원안이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초대기업 및 초고소득자에 대한 법인세, 소득세를 올려도 추가로 확보되는 세수는 2조9300억원 수준으로, 논란에 비해 증세 효과도 미미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권 관계자는 “전 정부에서 다양한 세원을 발굴했고, 2014년에는 담뱃세까지 올려 세수 자연증가분이 많은 상황”이라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리한 일을 추진해 여론만 악화되고 야당에 공격의 빌미를 주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증세보다 정부 구조조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정부가 자신들의 구조조정이나 비용을 절감하려는 노력도 없이 증세를 하겠다고 하면 국민이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국민의 공감 없이 곧바로 증세를 시작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의 비효율적인 낭비지출이 많다”며 “뼈를 깎는 각오로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증세는 ‘쉽게 돈을 먹겠다’는 것밖에 더 되느냐”고도 했다.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국정운영 지지율을 믿고 무리하게 증세를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는 발언도 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