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자증세 공식화… 재정전략 치밀하게 짜라

입력 2017-07-21 18:19 수정 2017-07-21 23:05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부자증세’를 공식화했다. 문 대통령은 “증세의 방향과 범위를 이제 확정해야 할 시기”라며 “증세를 하더라도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한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날 과세표준 2000억원 이상 초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올리고, 5억원 초과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을 현행 40%에서 42%로 올리자고 한 것과 같은 방향이다.

정부와 여당이 5개년 국정과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증세 논의를 시작한 것은 바람직하다. 5년간 178조원이 추가로 소요되는 100대 과제를 제시하면서 세수 증가분 60조5000억원 등으로 충당하겠다는 것이 ‘신기루’라는 것을 국민들도 안다. 선거를 의식해 내년으로 미루기보다 국정 지지도가 높은 정권 초기에 공론화해서 합의점을 도출하는 게 옳다.

부자증세는 중산층이나 서민들에겐 ‘사이다’ 같은 정책이다. 조세의 소득 재분배 기능 강화 측면에서 보면 많이 버는 대기업과 고소득층이 우선적으로 세 부담을 지는 것이 맞는 방향이다. 하지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복지 수요를 고려하면 이 정도로는 미흡하다. 추 대표가 제안한 증세안대로라면 연간 세수 증가액은 3조7800억원에 불과하다. 중장기적으로 ‘중부담·중복지’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약 19.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6.1%보다 낮다. 복지 수준도 OECD 국가 중 멕시코 다음으로 낮다. 국가로부터 더 많은 복지 혜택을 누리려면 부담도 나눠 져야 한다.

어떤 세목을 얼마나 올릴 것인지, 증세에 따른 효과와 부작용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정확한 추계도 필요하다. 탈루세금 추징은 물론 국민 개세주의 원칙에 따라 근로소득세 면세점을 낮추고 비과세·감면제도 정비도 제대로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