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에서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열자는 우리의 제안에 북한이 끝내 응답하지 않았다. 정부는 휴전협정 64주년인 오는 27일을 기해 군사분계선 적대행위를 중단하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따라 회담을 제안했으므로 조금 더 기다리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무산으로 판단된다. 핵·미사일 개발에 정권의 명운을 건 북한 입장에서 남북대화는 별다른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 17일 제안한 이번 회담은 남북이 최소한의 의사소통을 이루자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북한이 지난해 2월 서해 군 통신선과 판문점 적십자 연락 채널을 폐쇄한 뒤 남북 당국 사이에 연락수단은 모두 사라졌다. 우발적인 사건이나 사소한 오해가 대규모 무력충돌로 비화될 가능성에 노출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폐쇄된 채널로 회신을 달라는 제안을 아예 무시함으로써 그런 기대마저 저버렸다. 보다 강력한 대북 압박을 추진하며 군사력 사용 가능성까지 검토하는 미국을 어렵게 설득해 대화에 나서려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이런 북한의 반응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다. 우리가 조급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뜻이다. 북한은 다음 달 시작되는 한·미 연합 군사연습 을지프리덤가디언을 앞두고 대남 선전전을 강화할 것이 분명하다. 국지적 도발에 나서거나 미사일을 다시 쏠 수도 있다. 이 경우 국제사회의 제재 강도는 더욱 높아지고, 한반도에서의 긴장은 고조될 것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은 커지게 된다. 군사적 충돌과 파국으로 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군사당국회담 제의는 제재와 대화를 병행해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는 문재인정부의 대북 기본 원칙을 실천에 옮겼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아무 소용이 없다. 원칙을 지키면서 포기하지 말고 일관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다.
[사설] 남북 군사회담 조기 성사에 매달릴 필요 없다
입력 2017-07-21 1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