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案에 따르면… 법인세·소득세 인상 땐 매년 4조∼5조 더 걷힌다

입력 2017-07-20 21:47 수정 2017-07-20 23:26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내놓은 법인세와 소득세 증세안에 따르면 매년 4조∼5조원의 세수가 추가로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징세 타깃으로 지목된 대기업과 고소득자의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추 대표 증세안의 핵심은 법인세 인상이다. 매년 벌어들이는 이익이 2000억원을 초과하는 초대기업에 25%의 세율을 물리자는 발상이다. 현재는 이익 2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에는 22%의 세율을 적용하고 있고, 2000억원 초과 대기업에 대한 과표구간은 따로 없다.

이 안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주요 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은 대부분 신설되는 구간에 포함돼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12월 기준 영업이익은 29조원에 달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역시 각각 5조원과 2조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LG전자와 SK이노베이션, 롯데쇼핑 등도 모두 최고세율 구간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들의 이익 규모가 큰 만큼 세수확보 효과도 막대하다. 민주당은 과표구간 신설로 추가로 걷힐 세금을 매년 2조9300억원으로 추산한다. 단순 계산하면 향후 5년간 15조원가량이 더 걷히게 된다. 문재인정부가 공약 이행을 위해 추가로 필요하다고 밝혔던 178조원의 10%가량을 감당할 수 있는 규모다. 특히 국정운영 계획 중 재원조달 계획이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만큼 정부 입장에서는 솔깃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다.

문제는 반발하는 대기업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다. 대기업들은 지난 박근혜정부가 자신들을 상대로 ‘사실상의 증세’ 정책을 폈다고 인식하고 있다. ‘증세 없는 복지’를 내걸었던 전 정부가 대기업과 관련된 각종 비과세·감면 혜택을 대폭 축소했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 역시 비과세·감면 정비로 2조3000억원에 달하는 재원을 충당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기업들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기업들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증가하면서 이미 예년에 비해 세금을 더 많이 내고 있다는 반응도 있다. 실제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월간 재정동향을 보면 지난 5월까지 걷힌 법인세는 31조4000억원에 달한다. 전년 동기 대비 약 4조원이 더 걷힌 수치로, 올해 걷힐 것으로 예상했던 법인세의 58.3%에 달한다.

반면 연소득이 5억원을 넘는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인상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고소득자 수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2016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과표 5억원을 초과하는 납세자는 전체 소득세 납부자의 0.2% 수준인 4만8000명 정도에 불과했다.

때문에 이 구간의 세율을 현행 40%에서 42%로 올린다 해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세수는 1조원 미만일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고세율 적용 구간을 3억원 초과로 낮추고 세율을 42%로 올리면 연평균 1조2000억원의 세수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고소득자들의 반발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5억원 초과 고소득자들은 이미 지난해 세법 개정을 통해 올해부터 2% 포인트 인상된 40%의 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가 다시 증세정책을 펼 경우 고소득자 중심의 ‘조세저항’이 발생할 수 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