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일 발표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은 공공부문부터 일자리 안전망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담았다. 기간제와 파견·용역 등 31만여명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중 기준에 부합하는 이들을 연내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해도 당장 급여 등 처우 측면에서 달라지는 부분은 없다. 임금체계 개편은 기관별로 노사 간 협의 등을 통해 결정하라며 뒤로 미뤘다. 학교 비정규직 중 일부는 대상에 포함될지도 미지수다. 정규직이 돼도 일자리 양극화는 그대로라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8월에 정규직 전환 규모 결정
이번 가이드라인은 1차적으로 중앙정부와 지자체, 국공립 교육기관 등 852개 기관에 적용된다. 직종별로 보면 전체 19만1233명인 기간제의 경우 교원과 강사가 가장 많다. 전체의 29.0%를 차지한다. 사무 보조나 과학·연구 보조도 22.4%로 다수를 차지한다. 파견·용역(12만655명)에서는 청소원과 경비원, 시설관리원 등 3개 직종의 비율이 63.6%로 가장 많은 편이다.
이들 모두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처럼 존속 기간이 정해진 기관에 채용된 인력은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다. 60세 이상 고령자도 원칙적으로는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청소, 경비 등 주로 고령자들이 종사하는 직종의 경우 필요에 따라 65세 이상 정년 설정 등을 통해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도록 했다.
기간제의 경우 기관별로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전환 대상을 결정하도록 했다. 파견·용역은 노사 및 전문가 협의를 통해 직접고용 규모를 정하도록 규정했다. 전환 대상 규모가 클 경우에는 해당 기관에서 자회사를 설립해 고용하는 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다. 서울시에서 시설관리공단을 만들어 청소 용역을 관리하는 사례 등을 준용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다음달 말까지 실시하는 특별실태조사 이후 정확한 규모가 파악될 전망이다. 류경희 고용노동부 공공노사정책관은 “전환하는 인력 규모는 현장 단위에서 파악해야 한다”며 “이후 예산 등 규모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급여 등 처우 개선은 뒤로 미뤄
정규직으로 전환된다고 해서 당장 근무 여건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채용 방식이나 임금체계는 정해진 바 없다. 가이드라인은 기관별로 이해관계자 협의를 통해 결정토록 하라고 명시했다. 직종별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취지를 반영할 수 있도록 추진해 달라는 ‘당부’ 정도를 더했다. 지위가 바뀐다고 해도 기존에 근무하던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는 그대로인 셈이다.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은 “고용 안정을 최우선으로 했다”며 “처우 개선은 고용이 안정된 이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기간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불투명한 점도 논란거리다. 가이드라인은 ‘타 법령에서 기간을 달리 정하는 교사·강사 중 특성상 전환이 어려운 경우’를 예외 조항으로 제시했다. 전국학교 비정규직 노조가 논평을 통해 고용 불안이 가장 심각한 초등학교 스포츠 강사와 영어회화 전문강사의 정규직 전환이 애매한 상황이라고 지적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2일 비정규직 초등학교 스포츠 강사의 정규직(무기계약직) 전환 요구에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 바 있다. 이 차관은 “강사들 직종 자체가 청년들이 선호하는 직종”이라며 “상당수 청년들이 자격증을 가지고 대기하는 상황에서 한꺼번에 정규직화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일자리 안정망 첫걸음… 처우개선 등 갈 길 멀어
입력 2017-07-21 05:02 수정 2017-07-21 2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