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청와대, 포털에 압력 넣은 정황 등 나왔다”

입력 2017-07-21 05:01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20일 춘추관에서 박근혜정부에서 작성된 청와대 문건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박근혜정부가 우호적인 인터넷 여론 조성을 위해 포털사이트에 압력을 넣은 정황이 담긴 문건이 추가로 발견됐다. 또 우호적 보수단체에 자금을 지원하고 보수논객을 적극 육성한 정황도 드러났다. 청와대는 “위법적 지시를 담고 있는 문건 가운데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에 대해서만 알권리 차원에서 공개했다”고 밝혀 앞으로도 문건을 추가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현 국정상황실(박근혜정부 정책조정수석 산하 기획비서관실) 캐비닛 등에서 2014년 3월∼2016년 10월 작성된 문건들이 발견돼 이 중 504개 문건 분류가 끝났다고 밝혔다.

문건 중에는 네이버·카카오(옛 다음) 등 포털사이트를 압박하는 내용이 다수 발견됐다. ‘부처 현안 관련 정책 참고’ 문건에는 카카오톡 메신저에 탑재된 ‘샵(#)’ 검색 기능에서 ‘좌편향적’ 자동연관 검색어를 개선토록 요청했다. ‘포털 뉴스서비스의 사회적 책임강화 방안’ 문건에서는 포털사이트에 언론사 위상을 부여하고, ‘수익환류 제도화’를 추진하는 내용이 담겼다. 2009년 이미 신문법 등에 포털 사이트가 ‘인터넷뉴스사업자’로 추가됐음에도 추가 규제 등을 언급하며 정부가 수익을 환류하겠다는 압박용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지속적으로 이런 요구를 했던 배경에 청와대가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달리 보수 단체·논객 등 ‘화이트리스트’를 육성하려는 내용도 발견됐다. 2015년 4∼6월 작성된 ‘국정환경 진단 및 운영기조’ 문건에는 보수논객 육성 프로그램 활성화 등 홍보역량 강화, 보수단체 재정 확충 지원 대책, 청년·해외 보수세력 육성방안 등이 담겨 있었다. 2015년 7월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결과’ 문건에는 신생 청년 보수단체에 관련 기금 지원을 적극 검토하도록 했다. 박 대변인은 “박근혜정부 청와대가 특정 이념 확산 방안을 직접 주도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2015년 7월 글로벌 헤지펀드 엘리엇의 공세에 맞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성공시킨 데에도 청와대가 역할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삼성물산 합병안에 대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방향’ ‘해외 헤지펀드에 대한 국내기업의 경영권 방어 대책 검토’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 주장에 대한 쟁점 및 정부 입장 점검’ 등의 문건이 발견됐다. 이들 문건에서는 정부가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에 개입할 것인지, 어떤 방향으로 개입할 것인지 등의 논의가 담겨 있다. 또 헤지펀드의 공격에 맞서 국민연금 등을 적극 활용할 것을 검토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가 대기업을 지원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위원 구성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표현이 있었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청년수당 등에 대해 정부가 직접적으로 방해를 한 부분도 드러났다. ‘중앙정부-서울시 간 갈등 쟁점 점검 및 대응방안’ 문건은 “서울시 정책에 정부가 무조건 반대한다는 프레임이 작동하지 않도록 하면서 서울시 계획의 부당성을 알려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시 청년수당 지급 계획 관련 논란 검토’ 문건에는 서울시가 청년수당 지급을 강행하면 지방교부세 감액 등 불이익 조치를 하라고 지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개한 문건은 대통령지정기록물이 아닌 일반기록물”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검토했지만 제목과 개요를 공개하는 건 법적으로 저촉되지 않는다. 이런 문건이 발견돼 청와대도 굉장히 난처하다”고 말했다.

글=강준구 김판 기자 eyes@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