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티드카 시대’ 모바일 내비 시장 쟁탈전

입력 2017-07-21 05:02
모델들이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KT와 LG유플러스가 함께 출시한 ‘원내비(ONE NAVI)’를 소개하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는 각자 보유하고 있는 목적지 데이터, 누적 교통정보 등 주요 데이터를 통합한 하나의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선보였다. 서영희 기자
국내 이동통신 3사가 본업이 아닌 모바일 내비게이션 시장에서 격전을 벌이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가 연합전선을 구축해 압도적인 1위 SK텔레콤에 도전하는 형국이다. 여기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자동차 기술의 핵심으로 꼽히는 ‘커넥티드카’ 인프라를 선점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커넥티드카는 정보통신기술(ICT)이 적용된 미래형 자동차를 의미한다. 이론적으로는 주변 다른 차량과 도로환경, 심지어 건물과도 양방향 소통이 가능하다. 운전자 개입이 전혀 필요 없는 완전한 수준의 자율주행차 시대를 구현하기에 앞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다.

운전자 대부분이 보유하고 있는 스마트폰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커넥티드카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기기 자체로 지도 정보에 연결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교통상황까지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모바일 내비게이션은 운전자·차량과 주변 환경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각 이동통신사는 내비게이션에 음성인식과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유플러스와 KT는 양사의 내비게이션 ‘U+내비’와 ‘올레아이나비’를 통합해 ‘원내비’를 출시한다고 20일 밝혔다. 교차로 진출입 시 동영상을 통한 경로 안내, 랜드마크 건물을 중심으로 제공되는 음성 안내가 강점이다. 양사 고객은 데이터를 소모하지 않고 원내비를 이용할 수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위해서는 많은 양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차량용 플랫폼이 필수”라며 “이번 통합은 단순히 고객편의를 위한 업그레이드뿐 아니라 향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전략적 협력”이라고 강조했다.

양사는 이번 통합을 통해 고객기반을 늘리고 실사용 데이터를 확보해 AI 적용 등 향후 플랫폼 고도화를 위한 기반을 확보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내비게이션 통합을 계기로 LG유플러스와 KT는 각 사가 보유하고 있는 목적지 데이터, 누적 교통정보 등 주요 정보도 통합해 서비스 품질을 더욱 향상시킬 계획이다.

현재 모바일 내비게이션 시장의 점유율 1위는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자사의 내비게이션 ‘T맵’을 이용한 운전자가 지난달 1062만8000명으로 집계됐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 가운데 20% 이상이 다른 이동통신사 고객으로 파악된다. SK텔레콤은 지난해 7월 타 이동통신사 사용자를 대상으로 T맵을 무료로 개방했고, 이후 사용자가 급격하게 늘었다.

SK텔레콤은 T맵에 음성인식·AI 기술을 결합한 서비스를 이르면 올해 3분기 선보일 예정이다. 목소리만으로 내비게이션을 조작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주행 도중 내비게이션 조작에 따른 위험성을 줄이겠다는 취지도 담겨 있다. 나아가 SK텔레콤은 운전자가 T맵에 명령을 내려 각 가정의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탑재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글=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