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 언급한 문 대통령

입력 2017-07-20 18:37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 논란에 대해 “올해 1년 해보고 속도조절을 할지, 이대로 갈지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4당 대표와의 오찬회동에서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와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이 우려를 나타내자 이같이 대답했다. 지난 15일 최저임금심의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한 이후 문 대통령이 처음으로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4% 급등한 7530원으로 확정되면서 후폭풍이 세게 불었다. 경영자단체 등은 일제히 성토했다. 정부가 내놓은 보완대책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다. 여론이 들끓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전향적인 발언을 한 것은 바람직하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하겠다’는 정책을 일부 수정할 수 있는 것처럼 들린다. 반대 목소리를 수용할 수도 있다는 열린 자세는 얽히고설킨 국정을 풀어가는 데도 이득이다.

최저임금 문제는 문 대통령이 밝힌 대로 앞으로 풀어가면 된다. 부작용이 심각하지 않으면 공약대로 하고 역기능이 심대하다고 판단되면 완급을 조절하면 그만이다. 최저임금은 스스로 양면성을 지녔다.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만큼 접점을 찾는 데 정책의 방점이 찍혀야 한다.

최저임금을 대하는 태도처럼 다른 정책에서도 문 대통령의 인식이 더 유연하게 확장되기를 바란다. 대표적인 것이 탈원전 부문이다. 시민배심원단 등을 통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확정짓겠다고 하나 정황상 방향은 정해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문 대통령의 뇌리에 탈원전이 확고히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 과정에서 원전 전문가들의 의견을 제대로 청취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자주 들린다는 점이다. 숙의(熟議) 과정이 생략됐다는 얘기다. 에너지 분야는 불가역성이 강하다. 한번 결정되면 매몰비용과 환원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어느 분야보다 절실하다.

문 대통령은 국민 다수의 지지에 힘입어 임기 초부터 여러 과제들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저돌적인 추진이 능사는 아니다. 상당수 정책의 성패는 민의가 반영된 정교한 여론수렴 과정에서 판가름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