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네이버의 ‘미디어 커넥트 데이’ 행사 이후 포털사이트의 콘텐츠 사용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연간 구독펀드 100억원과 광고수익 100억원을 인링크 언론사 70곳에 배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인데도 언론사들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는 것이다.
‘포털이 기사로 버는 돈이 얼마인데’라는 볼멘소리부터 ‘포털의 지배력만 높아진다’는 비난까지 여러 이유가 제시됐다. 반대로 이런 언론사의 불만 표현은 시대에 뒤떨어진 아집이라는 비난도 적지 않다. 기술발전에 따른 미디어 환경 변화를 남의 일로 생각하며 모른 척하더니 이제는 반성도 없이 샘을 내고 시기한다는 것이다.
둘 다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계속하려면 뉴스를 바라보는 포털의 시각을 먼저 짚어야 한다. 대부분 사람이 포털로 뉴스를 본다. 지하철에서는 신문지를 펼치는 사람을 찾을 수 없다. 신문의 역할을 스마트폰이 대체했고, 사람들은 언론사 앱이 아니라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접한다. 하지만 포털은 스스로를 언론매체라고 규정하지 않는다. 뉴스를 유통시키지만 생산하지 않는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ISP)’이기 때문이다. 포털은 언론사에 돈을 주고 뉴스를 사다가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하지만 목적은 뉴스를 전하는 게 아니다.
포털에게 뉴스란 사람을 모으는 여러 콘텐츠 중 하나에 불과하다. 사람들이 컴퓨터를 켜서 특정 포털사이트에 접속하는 이유가 뉴스를 보기 위해서인지, 음식점을 찾기 위해서인지, 연재 만화를 보려는 건지는 중요하지 않다. 방문 자체가 목적이다. 판단 기준은 트래픽이다. 편집국에서 신문 1면에 실을 뉴스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뉴스의 가치’는 고려 대상이 될 이유가 없는 사업모델이다.
포털은 대신 공적인 기능을 수행하며 간접적으로 뉴스의 고급화를 실현하려고 한다. 스타 기자를 발굴해 키우고 언론사와 함께하는 소규모 사업모델을 지원한다. 가짜 뉴스를 골라내는 팩트 체크 분야에도 많은 돈을 들여 선도적으로 나선다. 과거에는 정부나 언론인단체가 진행할 법한 공익적 성격의 사업들이다. 하지만 바로 이게 문제다. 포털과 언론이 뉴스 체류시간의 비율만큼 수익을 나눠야 한다는 주장을 무마하는 것이라면 최악의 선택이다. 온라인 분야에서 변변한 투자도 없이 돈만 벌면 된다는 식의 언론사에 길을 제시하겠다는 선한 의지가 담겼더라도 언론사 입장에서는 싫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독배에 불과하다.
스스로 해야 할 일을 포털이 대신해 준다면 지금 당장은 편할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종속된다는 것은 언론사가 대외적으로 표방한 가치를 포기한다는 의미와 같다. 포털의 가두리양식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아우성이 곳곳에서 나오는 이유다.
뉴스는 더 이상 수익이 나지 않는 콘텐츠라는 게 포털의 입장이다. 클릭 수에 비해 체류시간 비율이 크게 떨어져 가성비도 별로라고 한다. 그렇다면 답은 나와 있다. 뉴스 콘텐츠를 아웃링크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물론 많은 부작용이 예상된다. 누구보다 독자들이 싫어할 것이다.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낚시성 제목이 기승을 부리고 허접한 사진을 앞세운 기사가 득세할 수 있다.
그러나 부작용을 극복하는 데는 옛날처럼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언론사가 온라인기사에 붙은 수준 낮은 광고를 스스로 걷어내는 중이다. 독자들을 직접 맞이하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디를 향해 어떻게 가야 하는지 곧 깨우치게 된다. 지금 온라인에는 뉴스의 가치가 실종된 채 트래픽만 남아 있다. 뉴스뿐이 아니라 모든 콘텐츠가 가치 대신 트래픽으로만 평가받는다. 사람들이 온라인 세계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도록 출발점에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기본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출발점이 말 그대로 포털이다.
고승욱 논설위원 swko@kmib.co.kr
[여의춘추-고승욱] 포털 뉴스, 아웃링크가 답이다
입력 2017-07-20 1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