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땅을 처음 밟은 것이 2014년 3월이었다. 그가 향한 곳은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소속의 대구 FC였다. 당시엔 몰랐을 것이다. 한국에서 자신의 재능을 활짝 꽃피울 줄은. 브라질 출신의 조나탄(27·수원 삼성)은 21일 현재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에서 16골을 터뜨려 득점 단독선두에 올라 있다. 한국이 고향 같다는 그는 K리그에서 오래 뛰길 원한다. 귀화해 태극마크를 다는 꿈도 꾸고 있다. 조나탄의 ‘코리안 드림’은 과연 이뤄질까.
조나탄은 지난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와의 홈경기서 해트트릭을 기록해 팀의 4대 1 역전승을 이끌었다. 시즌 16호 골을 기록한 그는 득점 2위 그룹과의 격차를 3골로 벌렸다. 특히 그는 최근 3경기에서 7골이라는 놀라운 득점력을 뽐내고 있다.
조나탄은 2009년 브라질의 고이아스에서 데뷔했을 때 평범한 선수였다. 그는 팀에 정착하지 못하고 1년 후 아를 아비뇽(프랑스)으로 임대 이적했다. 이후 주로 임대선수로 고이아넨시, CRAC(이상 브라질) 등 여러 팀을 전전했다.
‘떠돌이’ 신세였던 조나탄은 대구에서 한풀이를 하듯 미친 플레이를 펼쳤다. 2014 시즌 14골을 터뜨리더니 2015 시즌엔 26골을 몰아쳐 챌린지 득점왕과 MVP를 수상했다. 그는 2015 시즌을 마친 뒤 브라질로 돌아갔다. 지난 시즌 하반기에 이타우쿠 에스포르테(브라질)에서 임대로 수원에 합류한 그는 7경기 연속 골을 넣는 등 맹활약하며 수원을 강등 위기에서 구했다. 그의 진가는 이번 시즌에도 여전히 돋보인다. 지난달 14일 수원 소속으로 완전 이적을 확정지은 이후 8경기에서 12골을 몰아치며 수원을 3위에 올려놓았다.
조나탄은 ‘수원의 호날두’로 불린다. 외모와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특히 호날두처럼 슈팅을 많이 날린다. 그는 이번 시즌 19경기에서 76개의 슈팅을 날려 경기당 평균 4개(1위)를 기록 중이다. 184㎝, 74㎏의 신체조건을 가진 조나탄은 기술뿐만 아니라 힘과 스피드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K리그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많은 브라질 선수들이 기술은 뛰어나지만 스피드와 힘이 부족해 빠르고 거친 K리그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한국에서 전성기를 맞은 조나탄은 지난 3월 귀화 의사를 밝혀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수원 관계자는 “조나탄이 귀화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한국 국적을 취득하려면 한국에서 만 5년 동안 거주해야 하고 한국말과 풍습, 역사에 대한 이해도 갖춰야 한다. 특별귀화가 있긴 하지만 통과하기가 무척 어렵다”고 말했다.
조나탄이 귀화에 성공하더라도 태극마크를 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신의손’ 이성남과 이사빅(싸빅), 마니산(마니치) 등 귀화한 선수들이 몇 명 있지만 모두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하지만 조나탄은 19일 전남전이 끝난 뒤 이렇게 말했다. “좋은 활약을 계속 보여주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떠돌이 조나탄, 수원서 ‘코리안 드림’
입력 2017-07-21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