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한국교회를 지켜주소서. 회개합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뜻대로 살지 못했습니다.”
원로목회자들이 고개를 숙였다.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 17층에서 열린 한국원로목자교회(한은수 목사) 수요예배. 한은수 목사와 은퇴 목회자들은 목회자의 윤리적 타락, 지나친 외형적 교회성장 집착, 물량주의, 개교회주의에 대해 반성했다.
한국원로목자교회는 한국기독교원로목회자재단(이사장 임원순 목사)이 지난 4월 12일 서울 종로5가 목자카페에 설립한 교회다. 원로목회자를 위해 예배공간과 쉼터와 다과를 무료로 제공하고 섬기려는 취지였다.
첫 예배는 그야말로 ‘작은 예배’였다. 40명이 모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매달 100여명씩 늘어 79㎡ 남짓한 목자카페에서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예배 규모가 커졌다. 급기야 인근 한국기독교연합회관으로 장소를 옮겼고 지난달 8일 287명, 14일 295명, 21일과 28일 각 312명, 7월 12일 457명 등 예배인원이 크게 증가했다. 19일 예배엔 450명이 참석해 석 달 만에 11배 부흥 기록을 남겼다.
교회는 동아리 모임도 마련했다. 원로목회자 태권도 시범단에 이어 성가대와 기악연주단 단원을 모집하고 있다. 다음 달 9일 서울 대학로에서 시민에게 ‘시작’이라고 쓴 전단과 선물을 제공하는 ‘산타봉사 캠페인’도 벌인다.
매주 수원에서 예배에 참석한다는 오세영(72·화성서신교회) 원로목사는 “갈데없는 은퇴목회자들이 모인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교회의 암울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면서 “그럼에도 노(老)병사들은 변함없이 교회와 성도를 사랑하며 한국교회의 부흥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달라”고 말했다.
원로목회자들에게 은퇴 후 복지대책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대부분 후임 목회자가 자유롭게 목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섬기던 교회를 떠나고 있다.
15년 전 은퇴한 박모(86) 목사는 고물, 폐지 등을 주워 생활비에 보탠다. 한 달에 15만원으로 지낸다. 김모(78) 목사도 사정이 딱하다. 재단이 두 달에 한번 제공하는 쌀 20㎏과 생활용품, 정부보조금 등으로 생활한다.
재단은 매년 ‘원로목회자의 날’을 개최하고 목자카페와 사무실, 예배공간을 제공하는 등 원로목회자들을 섬겨왔다. 원로목회자 회관을 건립해 수요예배 처소와 복리후생 공간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글=유영대 기자, 박영은 대학생 인턴 ydyoo@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예배에 목마른 원로목회자들 석 달 만에 40명→ 457명 출석
입력 2017-07-21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