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경제인사이드] 전기차 대중화에 ‘귀하신 몸’ 코발트…DR콩고가 값 쥐락펴락

입력 2017-07-20 05:02



중앙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은 2013년 11월 나이로비 선언으로 7년간 내전에 종지부를 찍고 나름 평온을 되찾았지만 얼마 못 가 다시 시끄러워졌다. 지난해 말로 예정돼 있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선거법 개정 조짐이 보이자 야권은 조제프 카빌라 대통령의 집권 연장 시도로 보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당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자금 사정과 치안 등을 이유로 대선을 2018년 4월로 미뤘고 여야는 가톨릭주교회 중재 아래 올해 말로 선거를 치르는 과도 체제에 합의했지만 갈등과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지금 DR콩고의 정세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건 광물 수급 문제 때문이다. DR콩고는 아프리카 대륙 광물 창고인 ‘구리벨트’가 지나는 지역으로 전 세계 코발트 생산·매장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 광물은 고용량 이차전지의 주원료로 전기차 대중화와 맞물려 공급이 크게 달리는 실정이다. 코발트 가격은 올해만 90% 가까이 뛰었다.

포스코경영연구원(POSRI) 글로벌연구센터 박경덕 수석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전기차 배터리 수요와 DR콩고 정치 상황이 코발트 시세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라고 분석했다.

없어서 못 파는 코발트… “올해는 코발트의 해”

시장조사업체 맥쿼리 리서치는 지난 2월 “지난해가 리튬의 해였다면 2017년은 배터리 분야에서 코발트가 더 많은 주목을 받는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올해 초 t당 3만2500달러였던 코발트 가격은 이달 들어 6만1000달러까지 88%가량 급등했다.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코발트를 사용하는 고용량 삼원계 배터리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삼원계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한 종류로 니켈, 망간, 코발트를 섞어 만든 전지다. 다른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으면서 수명, 안전성, 전력 출력 등이 평균 이상 성능을 내기 때문에 전기차나 에너지저장장치(ESS) 같은 고출력 제품에 주로 쓰인다.

삼원계 배터리의 핵심 재료인 코발트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가장 몸값이 높다. 세계 코발트 소비량 중 40%를 갖다 쓰는 중국에서는 올해 초 현지 최대 코발트 생산 기업인 화우코발트를 비롯해 거린메이, 진촨그룹 등이 “물량이 없다”며 유통업체에 판매가격도 제시하지 못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춘제 이후인 지난 2월 22일 중국 내 코발트 거래 가격은 t당 37만8000위안으로 불과 3개월 전(23만3000위안)보다 62%나 올랐다. 중국 안신증권은 올해와 내년 각각 8800t, 1만1200t의 코발트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고용량 전지 수요 느는데… 코발트 생산은 줄이고

코발트 품귀가 나타나는 주요 원인은 역시 삼원계 배터리 수요 폭증이다. 세계적으로 전기차 업체들이 주행거리 경쟁을 벌이면서 고용량 이차전지 제조에 필요한 코발트 수요가 급등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정부가 대기오염 문제 해결의 일환으로 지난해 말 신에너지차 보조금 규정에 최소 주행거리 기준을 늘리는 등 규제를 추가하면서 자동차 업계가 고용량 배터리에 더 목매게 됐다. 그동안 코발트가 들어가지 않는 배터리를 주로 사용해온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빨리 삼원계 배터리로 갈아타야 하는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코발트 생산이 감소한 점도 수급 불균형의 한 배경이다. 2015년까지 늘어나던 전 세계 코발트 생산량은 지난해 12만3000t으로 전년 대비 3000t(2.4%) 감소했다. 주요 생산국인 DR콩고에서의 생산이 2014년부터 정체한 상황에서 호주 필리핀 뉴칼레도니아 등에서 감소가 나타난 탓이다. 이런 코발트 공급 감소는 지난해 7월부터 시작한 코발트값 상승의 직접적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대 생산국인 DR콩고의 생산 정체와 호주 등의 감산이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코발트 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각국이 코발트 생산에 소극적인 최대 이유는 장기간 지속된 코발트 가격 하락이다. 2008년 연중 파운드당 51달러까지 올랐던 코발트값은 2009년부터 8년간 연평균 가격이 20달러를 밑돌았다. 이 때문에 채산성이 급격히 떨어지자 여러 광산이 생산을 줄인 것이다. 코발트 생산 감소의 배경에는 구리, 니켈 가격이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하락한 영향도 있다. 이들 비철금속을 생산하는 광산들이 감산에 나서면서 부산물인 코발트 생산도 줄어든 것이다.

DR콩고로 쏠리는 시선… 정국 안정이 선결 과제

코발트 물량 부족과 가격 상승은 향후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급이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세계 신에너지 자동차 삼원계 배터리의 코발트 수요는 지난해 4만3110t에서 2021년 5만6010t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 안신증권은 보고서에서 “앞으로 2년 내 새롭게 증설되는 코발트 광산과 정련 코발트 프로젝트가 제한적이고 수요는 계속해서 높은 증가율을 나타내 공급 부족 국면이 개선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중신건설은 “코발트 수급이 빡빡한 가운데 공급 부족 규모가 계속해서 커지고 코발트 가격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은 배터리와 전기차 가격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재 삼원계 배터리를 구성하는 양극재 중 코발트 재료비 비중은 약 30%다. 전지 기준 원가 비율은 5∼8%다. 보통 리튬이온 배터리는 전기차 제조원가의 30%를 차지한다. 이를 감안하면 전기차 가격 중 코발트 재료비 비중은 1.5∼2.4%라고 POSRI 박경덕 수석연구원은 설명했다.

결국 DR콩고로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DR콩고를 지나는 구리벨트에는 세계 코발트 생산 1, 2, 3, 6위 광산이 몰려 있다. 현재 전 세계 코발트 추정 매장량 약 700만t 중 340만t이 DR콩고에 묻혀 있다. 이어 호주 100만t, 쿠바 50만t, 필리핀 29만t, 잠비아·캐나다 각 27만t, 러시아 25만t 순이다. 생산량도 DR콩고가 한 해 6만t 이상 생산하면서 전 세계 코발트 연간 생산량(12만여t)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박 수석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정정 불안이 심해질 경우 공급 차질로 코발트 가격이 계속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말로 예정된 대선을 어떻게 치르느냐가 향후 정국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글=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