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하림그룹을 대상으로 직권조사에 착수했다. 하림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계열사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 취임 이후 총수 일가를 대상으로 하는 사익편취 불공정행위 1호 사건이다. 재벌 개혁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이다.
19일 공정위 등에 따르면 공정위 시장감시국 소속 조사관 20여명은 지난 17일부터 전북 익산의 하림 본사에 상주하며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정위는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아들 준영(26)씨에게 편법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면서 준영씨 소유 회사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줬다고 의심한다. 공정위는 축산·식품·유통판매 등 하림의 전체 사업 영역에 걸쳐 편법 경영권 승계가 시작된 2012년부터 현재까지의 계열사 부당지원 및 일감 몰아주기 행위 여부를 확인 중이다. 하림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일단 21일까지 조사하겠다고 통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현장조사에 차출된 조사관들이 휴가를 간 것처럼 위장하는 등 극도로 보안에 신경을 썼다.
공정위가 대기업집단의 반시장적 폐해 시정 대상으로 하림을 지목한 것은 김 회장 일가의 부당한 ‘부 대물림’ 의혹 때문이다. 김 회장은 2012년 대학생이던 아들 준영씨에게 비상장 계열사 올품의 지분 100%를 물려줬다. 준영씨는 증여세 100억원을 냈지만 이마저 유상감자를 통해 사실상 올품에서 대납했다. 이후 닭고기 가공업체인 올품은 계열사 일감을 독식하면서 매출액이 700억∼800억원대에서 3000억∼4000억원대로 뛰었다. 이에 힘입어 준영씨는 하림그룹 지주회사인 제일홀딩스의 최대주주(지분 31.7%)로 올라섰다. 김 회장의 지분율은 29.7%다.
이 때문에 자신의 돈을 한푼도 들이지 않고 자산 10조원대 그룹의 경영권을 갖게 됐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달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편법 증여에 따른 몸집 불리기 방식으로 아들에게 그룹을 물려준 하림을 보면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느낀다”고 직접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해 이날부터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 대기업의 기준을 자산 10조원 이상에서 5조원 이상으로 강화했다. 이에 따라 하림은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하림을 시작으로 공정위의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 조사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구체적인 기업명이 거론되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45개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실태 점검 결과를 받은 뒤 조사 대상 기업을 선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공정위, 하림그룹 직권조사… 재벌 개혁 신호탄
입력 2017-07-19 2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