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품은 아이들 ⑤] “깨끗한 이마 찾으려면 수술해야 하는데…”

입력 2017-07-20 00:02
박유정양(오른쪽)과 어머니 김금순씨가 지난 12일 서울 도봉구 자택에서 손을 잡고 기도하고 있다. 6년 전 모반 제거수술을 받았던 이마의 현재 모습(왼쪽 사진). 밀알복지재단 제공

지난 12일 서울 도봉구 시루봉로의 한 반지하방에 들어서자 커다란 눈망울을 가진 박유정(12)양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유정이의 안내로 들어간 한 평(3.3㎡) 남짓한 방엔 모범어린이 표창장, 독서상, 중창대회 상장 등이 벽 한편을 채우고 있었다.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사진을 자랑하며 활짝 웃는 모습이 영락없는 사춘기 소녀였다.

“우리 왕눈이한텐 세상 좋은 것 다 해주고 싶죠. 한참 부족한 엄마를 만나서 고생하는 것 같아 늘 미안한 마음뿐이에요.” 딸의 웃는 모습을 지켜보던 어머니 김금순(46)씨가 몰래 눈물을 훔쳤다. 눈가가 촉촉해진 엄마를 보고 낌새를 차린 유정이는 “아이 참. 엄마 또 울어”하며 다독였다.

유정이는 태어날 때부터 이마에 거대 색소 모반(母斑)을 갖고 있었다. 선천적으로 멜라닌 세포가 표피에 증식해 커다란 점이 넓게 퍼져가는 희귀성 질환이다. 거실에 걸린 유정이의 돌 사진엔 아기답지 않게 이마를 덮은 머리카락이 눈썹 아래까지 내려와 있었다. 김씨는 “머리카락이 아니라 모반에서 자란 뻣뻣한 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도 유정이의 이마는 머리카락으로 가려져 있었다. 조심스럽게 머리카락을 들어 올리자 6년 전 수술대에 올랐던 흔적이 드러났다. 이마는 짓무른 고름이 차 있는 듯 곳곳이 울퉁불퉁했고 색깔도 짙었다. 유정이의 몸엔 30여개의 크고 작은 모반이 있다. 유정이가 숨기고 싶은 신체의 비밀이다.

유정이는 “1,2학년 때까진 창피한 줄도 몰랐고 놀리는 친구도 없었는데 3학년부터 ‘점박이’라고 놀리며 짓궂게 괴롭히는 아이가 생겼다”면서 “4년째 한여름에도 긴 바지만 입고 다닌다”고 고백했다. 숨이 턱 막히는 무더위엔 혹여나 이마가 드러날까 두려워 얼굴 위로 줄줄 흐르는 땀을 마음을 졸이며 닦아야 한다.

6년 전 모반 제거 수술 당시 유정이는 ‘6∼7년 뒤에 레이저 시술과 전신 모반 제거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올해가 수술을 위한 적기지만 어려운 형편이 발목을 잡고 있다. 10∼15회 받아야 하는 레이저 시술은 회당 30만원의 비용이 든다. 전신마취를 해야 하는 팔 다리 및 몸통 모반 제거 수술비는 5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어머니 김씨는 가정폭력과 경제적인 문제로 극심한 갈등을 겪다 3년 전 이혼했다. 김씨가 구청에서 소개해 준 자활근로사업장에서 일하며 받는 80만원이 유정이네의 유일한 수입원이다. 월세로 37만원, 각종 공과금과 통신비를 내고 나면 20만원 내외로 한 달을 살아야 한다. 김씨가 4개월 전 집 앞 언덕길에서 얼굴뼈가 골절되는 자전거 사고를 당한 후 자활근로를 하지 못해 3개월째 월세와 공과금이 밀렸다. 생계를 위해 김씨는 최근 시급 7000원짜리 택배 아르바이트에 나섰다.

엎친 데 덮친 격이었지만 모녀의 입가엔 연신 미소가 흘렀다. 김씨는 “유정이가 1학년 때 친구의 전도로 처음 교회에 출석하면서 ‘엄마랑 꼭 같이 예배 드리고 싶다’고 해서 몇 년 만에 다시 신앙을 갖게 됐다”며 “기도의 힘이 아니었다면 많은 것을 포기했을 것”이라고 했다. 유정이는 “아픈 엄마를 치료해 줄 수 있는 의사나 어렵고 힘든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사회복지사가 되는 게 꿈”이라며 웃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기적을 품은 아이들' 4회차 이사야군 성금 보내주신 분(2017년 6월21일∼7월18일 / 단위: 원)

△박영애 100만 △우경순 50만 △김병윤 이재옥 박옥임 최화순 조동환 송재구 박희경 반유리 김지현 소영주 김광미 황옥현 오진식(소망정육점) 구점석 박성경 정연승 최창수 김의석 박무성 김영란 10만 △유경숙 8만 △신혜진 7만 △문용남 이윤식 김익회 신영희 최주희 김전곤 이근우 고상권 이문수 최진혜 우만제 한승우 김영택 박은영 김운영 황선연 강명숙 연용제 5만 △정용수 3만5천 △유동현 김덕수 서진식 허숙연(용성전기사) 김애선 조미자 3만 △김경미 김방회 오풍 장현호 전종환 2만 △김운영 1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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