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팔레스타인 내 성지가 두 곳으로 늘었다. 유네스코는 지난 7일 팔레스타인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의 헤브론(Hebron) 구시가지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키로 결정했다. 베들레헴의 예수탄생교회에 이어 두 번째다.
헤브론은 ‘친교’ ‘동맹’이란 뜻으로 해발 927m 고지대에 세워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성읍 중 하나다. 옛 이름은 ‘기럇아르바’와 ‘마므레’다. 헤브론은 가나안으로 이주한 아브라함이 초기에 장막을 쳤던 곳이다. 아브라함은 헷 족속으로부터 막벨라 굴을 구입해 아내 사라를 장사지냈다(창 23). 아브라함을 비롯해 이삭과 야곱 모두 헤브론에 살았다. 하나님이 헤브론 상수리나무 근처에서 아브라함에게 나타나기도 했다(창 18:1).
헤브론은 다윗이 왕이 돼 통치한 곳이며 다윗의 아들 압살롬이 스스로 왕이 돼 반역한 장소다. 남유다왕국 초대 왕인 르호보암은 헤브론을 요새화했다. 신약시대에 유대인들은 막벨라 굴을 다시 건설했다.
현대 헤브론은 유대교와 이슬람교 모두의 성지다. 막벨라 굴의 경우 유대인들에겐 민족의 3대 시조 무덤이며, 무슬림들에겐 신앙 조상인 이브라힘(아브라함)의 무덤이다. 막벨라 굴 지상에는 14세기에 건립된 이브라힘 모스크가 있다.
이강근 이스라엘 유대학연구소 소장은 “이브라힘 모스크 지붕 위에는 1500년 전 건축된 아름다운 비잔틴교회가 세워져 있다”며 “지하는 유대교 성지인 막벨라 굴이, 지상은 이슬람 모스크가, 옥상엔 교회가 설치된 복합적인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하 묘소는 성지순례객 등 외부인 접근을 막고 있다”며 “이삭 무덤은 무슬림이, 야곱 무덤은 유대인이 관리하고 있다. 아브라함 묘소는 이 두 묘소 사이 철문 안에 있다”고 덧붙였다.
헤브론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이 첨예한 곳이다. 성지순례객은 안전 상 이유로 거의 방문하지 않는다. 헤브론에 가려면 예루살렘에서 베들레헴 체크포인트를 통과해 무슬림 마을과 유대인 정착촌을 지나야 한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헤브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입력 2017-07-20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