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와 미국 항공우주국(나사·NASA)이 공동으로 한반도 미세먼지를 조사해보니 중국 요인보다 국내 요인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중국발(發) 미세먼지가 잦아드는 5∼6월에 진행된 조사였다. 환경부는 국내 미세먼지 발생요인을 정밀 분석하기 위해 중국에서 건너오는 미세먼지가 적은 시기를 골랐다는 입장이지만, 나사의 첨단 장비를 빌려와 중국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도 나온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과 나사는 1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미 협력 국내 대기질 공동조사(KORUS-AQ)’ 설명회를 열었다. 공동 조사는 지난해 5월 2일∼6월 12일 진행됐으며 나사 등 국내외 80개 기관 580여명의 과학자가 참여했다. 미세먼지 등 국내 대기오염 물질의 발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진행된 대형 프로젝트였다.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측정된 미세먼지(PM2.5)는 국내에서 52%, 국외에서 48%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에서 건너온 미세먼지는 34% 수준이었다. 중국 산둥 22%, 베이징 7%, 상하이 5%였다. 북한에서도 9%가 넘어왔다.
그러나 국내 고농도 미세먼지는 겨울과 봄에 집중된다. 중국 내륙 지역에서 난방용 화석연료 등을 대량으로 태우면 대기오염 물질이 편서풍이나 북서풍을 타고 한반도 상공으로 넘어오기 때문이다. 국내 미세먼지 피해는 이 시기 집중된다. 공동 조사가 진행된 5∼6월은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가 줄어드는 시기다. 국내 요인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는 시기였다. 환경부는 “국내 발생 요인을 정밀하게 분석하려면 중국 요인이 적은 5∼6월이 조사의 적기”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얼마나 넘어오는지 과학적 연구가 부족해 중국 정부에 제대로 따지지도 못하고 있다. 정부가 미온적이어서 환경단체 등 민간에서 중국 정부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나사의 첨단 장비와 연구진을 동원해 중국에 유리한 조사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환경부도 중국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겨울과 봄에 조사를 진행했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환경부는 국내 발생 요인을 분석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미세먼지(PM2.5)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 24시간 평균 25㎍/㎥을 초과하는 날이 관측됐다. 이는 대기환경 기준을 강화해야 하는 필요성을 말해준다”고 했다. 또한 서해안 석탄화력발전소가 수도권 남부 지역 대기질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도 재확인됐다.
글=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중국發 미세먼지 적을 때 조사… 中에 면죄부 준 환경부
입력 2017-07-20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