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서 사진을 찍을 때 나는 ‘찰칵’ 소리와 에어컨을 켤 때 들리는 멜로디가 만들어지는 곳. 오븐, 냉장고, 에어컨 등 30여개 가전을 한데 모아놓고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 삼성전자의 디자인이 탄생하는 ‘서울 R&D 캠퍼스’는 경직된 제조업체의 이미지를 떠올리기 어려울 만큼 자유분방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삼성전자는 19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 R&D 캠퍼스에 처음으로 기자단을 초청해 디자인 철학을 소개했다. 이곳은 디자이너 1500명을 포함한 5000명의 인력이 일하고 있는 R&D 특화 사업장이다. 1971년 단 2명의 디자이너로 출발한 삼성전자의 디자인 조직은 2001년 CEO 직속 디자인경영센터가 신설되면서 급속도로 팽창했다. 디자인 역량을 강화하고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2015년 축구장 9개 크기에 달하는 5만3000㎡ 부지에 서울 R&D 캠퍼스를 설립했다.
디자인 동에는 음향을 디자인하는 ‘사운드랩’, 사용자의 실제 사용 경험을 구현하는 ‘홈 익스피리언스(Home Experience) 랩’ 등이 있다. 사운드랩에서는 제품을 켜거나 끌 때 나는 소리나 경고음 등이 녹음된다. 각 제품의 디자인에 맞는 적합한 소리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다. 무풍에어컨을 켜거나 끌 때 나는 소리는 시원한 느낌이 들도록, 기어360에서는 귀여운 디자인에 맞는 앙증맞은 소리가 나도록 하는 식이다. 냉장고 문을 2분 이상 열어 두면 들리는 경고음은 사용자에게 거슬리지 않되 적절한 알람을 주도록 설계됐다.
홈 익스피리언스 랩은 실제 집 안 환경을 그대로 구현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제품뿐 아니라 유럽이나 미국에서 판매되는 제품, 경쟁사 제품들이 설치돼 있다. 이곳에는 연간 500명의 소비자들이 찾아 제품 피드백을 하거나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직접 피부에 닿는 바람이 불편하다는 소비자의 목소리가 무풍에어컨을 탄생시켰다.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부센터장 이돈태 전무는 “생활가전의 경우 길게는 10년 이상 사용하는 만큼 개성을 드러내는 것보다 시간이 지나도 공간과 조화롭게 어울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용자에서 출발해 내일을 담아낸다’는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의미 있는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심희정 기자
삼성 서울 R&D 캠퍼스 첫 공개… 가전 디자인 혁신의 온상 ‘자유분방한 분위기 가득’
입력 2017-07-19 1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