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의 애정으로 성장한 향토기업들이 잇따른 추문과 갑질 논란 등으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역민의 실망감은 불매운동 등의 형태로 고스란히 기업에 되돌아가고 있다.
19일 대구은행은 최근 회식장소 등에서 비정규직(파견직) 여직원을 성추행·성희롱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간부급 직원 4명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를 내리고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지난 7일 박인규 대구은행장이 직접 공개 사과를 했지만 대구여성회 등 지역 시민단체들의 비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역민들도 대구은행에 대한 실망감을 나타내며 진상규명과 실태조사, 확실한 재발방지 대책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앞서 대구 향토 주류업체인 금복주도 여직원 차별과 갑질 횡포로 지역민의 분노를 샀다. 금복주에서 근무하던 여직원이 결혼을 이유로 회사에서 퇴사 압박을 받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내고 수사기관에 회사를 고소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를 통해 금복주가 약 60년간 여직원이 결혼하면 강제로 퇴직시키거나 채용이나 승진에 불이익을 주는 등 차별한 사실이 드러났다. 여성단체 등은 금복주 불매운동으로 실망감을 표시했다. 이 회사는 하도급 업체로부터 떡값 명목으로 상습적으로 금품을 상납 받은 사실이 드러나 관련자들이 처벌받기도 했다.
부산 대표 향토기업인 삼진어묵은 어묵 재판매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제보자가 삼진어묵 지점에서 촬영된 영상을 공개하며 “변질된 어묵을 다시 사용하는 모습”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됐고 이에 회사 대표는 직접 사과문을 올렸다. 회사 측은 “영상에 나오는 어묵은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변질된 상품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지역민 등 소비자 반응은 싸늘했다.
경남지역 향토 주류업체인 무학도 최근 일부 영업담당 임직원에게 ‘목표 판매량 미달성 시 퇴사’라는 내용이 포함된 각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에 휩싸였다. 회사 측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한 것으로 강요가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광현 사무처장은 “향토기업은 그동안 지역사회를 위해 노력한다는 이미지로 포장돼 있었다”며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인권과 기업의 사회적 도리조차 지키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에 지역민들이 더 큰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전국종합 mc102@kmib.co.kr
‘民을 버리면 民이 버린다’… 버림받는 향토기업들
입력 2017-07-20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