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가 19일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기치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 과거 적폐 청산과 미래 청사진을 담은 집권 5년 설계도인 ‘문재인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100대 국정과제와 487개 실천과제, 4대 복합·혁신과제를 제시하며 국정 운영의 대수술을 예고했다.
권력을 휘둘렀던 권력기관들은 대개혁의 흐름에 직면했다. 대기업과 초고소득자 등 달콤한 신자유주의 열매를 맛봤던 계층은 사회적 책임을 마주하게 됐다. 사회·경제적 약자를 위한 국가 지원은 대거 확충되고, 범정부적 사정(司正) 작업은 상설화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태로 무너지는 대한민국을 다시 세우고 있다”며 “국민이 주인으로 대접받는 국민의 나라, 모든 특권과 반칙을 일소하고 차별과 격차를 해소하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 청산 ■■■
문재인정부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비롯한 10대 적폐 청산 과제를 선정하고 개혁 작업에 돌입했다. 권력기관 개혁 등 일반 청산과제는 물론 4대강 재자연화, 문화계 블랙리스트 청산 등 이명박·박근혜정부의 실정을 바로잡는 일에도 착수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1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문재인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10대 청산과제는 권력기관 개혁, 불공정행위 근절, 방산비리 척결 등 국방 개혁, 대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공정과세, 반(反)부패 총력 대응, 과거사 청산, 4대강 재자연화, 문화계 블랙리스트 청산, 최순실 국정농단 실태 분석 및 재발방지책 마련,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다.
권력기관 개편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법무부의 탈검찰화, 국가정보원의 해외안보정보원 개편이 핵심이다. 공정하고 성역 없는 검찰 수사를 담보하고,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 악습의 근원적 처방을 위한 것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중심으로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불공정행위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과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등도 실시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적폐 청산 대상’으로 언급한 방산비리 엄단 등 국방 개혁도 대대적으로 추진된다. 공정과세를 위해서는 자산소득·초고소득 과세 강화 및 대기업 과세 정상화를 주요 과제로 꼽았다. 반부패 컨트롤타워로는 문 대통령이 직접 지휘하는 ‘반부패기관협의회’(가칭)가 10년 만에 부활해 상설화된다. 과거사 청산을 위해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위원회가 설치되고 진실화해위원회 활동도 재개된다.
이명박정부 당시 건설된 4대강 사업은 재자연화를 위한 복원사업이 추진되고, 박근혜정부의 대표적 실정인 문화계 블랙리스트 청산을 위해선 민·관협의체가 설치될 예정이다.
사상 초유의 탄핵 정국을 불러 온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부처별 적폐 청산 태스크포스(TF)가 설치돼 실태 분석 및 재발방지책을 마련한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대표적인 개혁과제로 꼽았던 언론 개혁을 위해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 비전 ■■■
대기업과 수출에 초점을 맞추고 국가경제의 성장을 외치던 경제 정책이 사라진다. 문재인정부는 국가 대신 개인, 기업 대신 가계를 경제정책의 중심에 뒀다.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는 거대한 실험이다.
달라지는 경제 패러다임은 개인의 소득과 소비를 바탕으로 전체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분수효과’를 추구한다. 공공부문에서 81만개 등 소득의 원천인 일자리를 늘리고 질도 높일 방침이다. 협력과 공생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경제와 중소기업 등 ‘작은 경제’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여기에다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는 ‘포용적 복지국가’로 방향을 잡았다. 기초생활보장 급여 인상, 아동수당 지급, 치매 국가책임제,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으로 국가가 국민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시도에 앞으로 5년간 총 178조원이 투입된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19일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우리 경제가 직면한 저성장과 일자리 부족,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더불어 성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선 내년까지 공공부문과 사회서비스 일자리 로드맵을 마련한다. 사회서비스공단을 설립해 민간 시장에 방치돼 질이 떨어졌던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실업급여 지급 수준을 높이고, 고용보험 가입 대상을 예술인 등으로까지 확대하는 등 일자리 안전망도 강화한다.
가계부채는 금융기관 부실을 우려해 총량을 규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가계소득을 관리하는 쪽으로 접근법을 전환했다. ‘작은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갑을 문제’ 해소를 위한 대통령 직속 을지로위원회를 설치한다. 자본시장법상 불공정 거래행위 제재를 강화하고, 내년에는 소비자 권리 강화를 위한 집단소송제 도입도 추진한다.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 등 지역·시민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적경제 활성화도 내걸었다. 정부는 올해에 ‘사회적경제 발전 5개년 기본계획’ 등을 수립할 방침이다.
또한 병 복무기간을 21개월(육군 기준)에서 18개월로 줄인다. 대신 장교와 부사관 등을 증원하고, 병력을 50만명으로 감축한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10대 적폐’ 바로잡고 가계·개인소득 늘린다…100대 국정과제 분석
입력 2017-07-20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