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조동근]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 고려해야

입력 2017-07-19 17:33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 대비 16.4%, 금액으론 1060원 오른 7530원으로 정해졌다. 청와대는 최저임금 1만원을 향한 청신호이자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국민성장시대를 여는 대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는 내년부터 경제성장률 향상 효과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을 올리고 성장효과를 거둔다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경제는 녹록지 않다.

임금은 노동에 대한 가격이다. 따라서 시장이 아닌 법이 정하는 최저임금은 ‘가격통제’의 전형이다. 가격통제는 ‘시장의 복수’를 부른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미스터 반(反)부패’로 불리던 로베스피에르는 우유 값을 반으로 떨어뜨리는 포고문을 발표했다. 우유 값이 반으로 떨어져 낙농업자가 더 이상 우유를 생산 안 해 우유 품귀 사태를 빚자 젖소용 건초 값을 반값으로 내리도록 명령했다. 그러자 농부들은 건초용 풀을 심지 않고 다른 작물을 심었다. 결국 우유 값은 폭등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생각해 보자. 고용 의사결정은 ‘한계적’으로 이뤄진다. 현재 고용하고 있는 사람을 계속 고용할까 여부를 판단한다는 얘기다. 편의점에서 현재 판매원(알바) 한 명을 주당 평균 40시간 고용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알바의 급여는 ‘0.1만×40시간’ 해서 4만원이 증가한다. 일정 부분 ‘휴일 또는 야간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 추가 부담은 한 주 기준으로 5만원, 한 달 기준으로 20만원이 된다.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알바가 더 팔아야 한다. 편의점 ‘매출 이익률’은 매우 인색하다. 보수적으로 5%로 보면 된다. 주당 5만원의 이익을 더 내려면 알바는 한 주에 100만원, 한 달 기준으로 400만원을 더 팔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알바 자리는 위험하다. 고용주는 자신의 잠을 줄여 카운터를 지킬 것이다. 알바의 근로시간 단축률이 최저임금 인상률보다 크면 알바 소득은 오히려 줄게 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근자에 벌어진 것이 바로 이 같은 현상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능사가 아니다.

무리수는 무리수를 부른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 완화를 위한 ‘소상공인·영세 중소기업 지원대책’이 그것이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부담이 늘어날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을 위해 최근 5년 동안 최저임금 인상률인 7.4%를 상회하는 초과인상분(9.0%)을 직접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사업체 규모가 30인 미만인 곳을 대상으로 할 경우 소요되는 재정지원은 총 3조원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지원 대책’은 독과(毒果)다.

기업이 열심히 노력해 31인의 기업이 되고 최저임금 이상을 주면 혜택이 없고 30인 이하로 남아 최저임금을 주면 임금의 상당부분을 정부로부터 보조받는 왜곡이 나타날 수 있다. 30인이 넘어가면 기업을 쪼개서 30인 미만으로 만들 수도 있다.

혁신과 성공을 보상하는 것이 아니라 비효율을 지원하는 셈이다. 급여는 고용주가 지급하는 것이 정상이다. 이 같은 당연칙(當然則)을 위배해 급여의 일부를 국민에게 의존하게 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최저임금을 통해 보호하려는 취약계층에게 ‘해고’라는 피해로 돌아올 공산이 크다. 2014년 현재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 가운데 46%가 1∼4인 사업장에 종사한다. 50세 이상이 44%, 24세 이하 18%다. 해고는 이들로부터 일어나게 돼 있다.

임금은 생산성을 넘어설 수 없다. 넘어선다면 불특정 다수에게 그 비용의 전가를 용인한 것이다. 2015년 기준 한국 취업자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31.8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46.6달러보다 14.8달러 낮다. 최저임금을 높일 것이 아니라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최저임금 1만원 주장은 아직 논거가 검증되지 않은 ‘소득주도 성장’에서 비롯되고 있다. 정책은 과학과 실증에 기초해야 한다. ‘확신편향’을 경계해야 한다.

조동근(명지대 교수·경제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