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 와중에… 충북도의원, 외유성 연수

입력 2017-07-18 21:47
충북 청주에 22년 만의 폭우가 쏟아져 주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충북도의원들이 외유성 해외연수에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18일 충북도의회에 따르면 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는 이날 오후부터 오는 27일까지 8박10일 일정으로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방문하는 해외연수를 떠났다. 충북도의회는 전날 ‘사상 초유의 재난 피해를 남긴 청주시를 포함한 피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냈는데 성명서 발표 하루 만의 출국이어서 도민을 기만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행정문화위원회 소속 6명의 의원 중 김학철(충주·자유한국당), 박한범(옥천·자유한국당), 박봉순(청주·자유한국당), 최병윤(음성·더불어민주당) 의원 등과 의회사무처 직원 3명, 도청 관광항공과 직원 1명 등 8명은 인천공항에서 프랑스 파리로 출국했다. 도의회 관계자는 “당초 지난봄에 예정됐는데 조기 대선으로 연기했다가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 강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문화위 소속 나머지 2명의 의원 중 이언구(충주·자유한국당) 의원은 인천공항까지 갔다가 몸이 불편해 되돌아왔다. 이 의원은 여행사 약관에 따라 경비의 50% 정도를 위약금으로 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연수에 가지 않은 연철흠(청주·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는 데다 할 일도 남아있어 해외연수를 포기했다”고 불참 이유를 밝혔다.

8박10일 일정인 연수의 총 경비는 4793만원이다. 도의원 국외연수 규정상 도의원 1명에게 배정되는 연간 사용 한도액은 500만원이다. 여비가 부족하면 해당 도의원이 자부담해야 하는데 이번에 참가한 도의원들의 1인당 자부담 액수는 각각 55만원이다.

이들의 방문지역은 파리 개선문과 모나코 대성당, 피사의 사탑, 페라리 광장 등 관광명소가 대부분이다. 아비뇽 페스티벌과 베니스 비엔날레를 둘러보고 피렌체와 밀라노 시청을 공식 방문하는 일정도 포함됐다.

하지만 해외연수를 바라보는 시선은 따갑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이선영(44) 사무처장은 “기록적인 폭우로 도민 전체가 힘들어하는데 민심을 돌봐야 할 의원들이 외유성 해외연수에 나선 것은 어처구니없는 행동”이라며 “연수를 통해 지역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만드는데 얼마만큼의 성과를 거둘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쏟아진 기습 폭우로 충북에서만 6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되는 등 7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이날 현재 집계된 도내 잠정 피해액은 172억2000만원에 달한다. 이날 출국한 박봉순 의원의 지역구인 청주시 가경·강서동 일대는 석남천 범람으로 피해가 집중된 곳이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