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교회들의 수난] 물폭탄에 쑥대밭된 교회

입력 2017-07-19 00:02
충북 청주 월오교회 성도들이 17일 집중호우로 침수된 교회와 사택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월오교회 제공

더함께교회 홍지훈 전도사는 지난 16일 오전 서둘러 교회로 향했다. 쏟아지는 장대비에 불안감이 커졌다. 잰걸음으로 도착한 교회 앞에서 홍 전도사는 망연자실하고 말았다. 교회 안까지 물이 가득 차 있었다. 예배당 전면의 십자가와 강대상, 헌금함, 비치돼 있던 성경책 등이 모두 물에 잠겼다. 18일 현재 물은 빠졌지만 지독한 악취와 물기는 남아있다.

홍 전도사는 지난 3월 충북 청주시 서원구 청남로에 이 교회를 개척했다. 아내와 아들 둘, 부모님까지 성도는 6명이 전부지만 ‘복음 전파’라는 사명을 되새기며 용기를 갖고 시작한 사역은 재해라는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홍 전도사는 “앉아 있을 수만 없어서 오는 주일 예배라도 제대로 드릴 수 있도록 예배당 청소에 집중하고 있다”며 “저희 교회가 더욱 든든히 설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사흘 전 청주시 등에 내린 290㎜이상의 기록적인 폭우로 지역 교회들이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생명자연교회(노주열 목사)의 경우 교회 바로 옆을 흐르는 장동천이 역류한 탓에 교회가 농협으로부터 위탁받아 사용하던 부지에 위치한 목회실, 식당 등이 모두 침수됐다. 노주열 목사는 “20여명의 성도가 전부로 대부분이 70대다. 복구가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흥덕구 직지대로 청운교회(한정종 목사)는 지하의 식당 등이 침수됐고, 전기 배선에 문제가 생겼다. 한정종 목사는 “오전 7시30분쯤 1부 예배를 드리고 있는데 마치 주전자로 물을 붓듯이 빗물이 교회 창문으로 흘렀다. 그렇게 비가 내리는 건 처음 봤다”며 “오전 10시쯤 물이 교회 지하로 쏟아지기 시작하고 침수가 시작되자 성도들이 다 나와서 물을 퍼내는 데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흥덕구 가로수로 청주중앙교회(김호집 목사)는 지하 소예배실이 물에 잠겼다. 교회 차량과 당시 예배에 참석한 성도들의 차량도 모두 침수됐다.

상당구 다리실로 월오교회(최은수 목사)는 교회차량 등이 다수 침수돼 폐차 절차를 밟고 있다. 사택도 피해를 입었다. 최은수 목사는 “각 방마다 20㎝이상 물이 차 가전제품과 가구 등을 모두 버렸다. 현재도 물을 빼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 교단은 산하 교회들의 피해 상황을 파악해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충북연회 총무 최천호 목사는 “피해액수를 정확히 산출해 충북연회 차원의 지원은 물론 연회 산하 자원봉사단체인 희망봉사단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기감 본부 사회평신도국에도 재정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라며 “전기 배선 등 전문가 도움 필요한 부분도 지원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사회봉사부 오상열 총무는 “현재까지 교단 산하 4곳의 교회가 침수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확히 파악한 후에 적절한 지원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사야 구자창 이현우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