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철퇴 맞은 中 재벌 완다그룹… 멀어지는 ‘엔터 왕국’의 꿈

입력 2017-07-18 18:31
사진=완다그룹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왕국을 꿈꾸던 중국의 부동산 개발업체 완다그룹이 휘청거리고 있다.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은 부동산 활황기를 이용해 부를 축적한 뒤 공격적인 해외 인수·합병(M&A)을 통해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을 사 모았다. 왕젠린은 마윈 알리바바 회장에 밀려나기 전까지만 해도 부동의 중국 부호 1위였다. 하지만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중국 당국이 적극 개입하면서 완다그룹의 해외 M&A 행보에 급제동이 걸리고 있다.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완다그룹이 2012∼2016년 진행한 해외 기업 인수 건 가운데 6건이 해외 투자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국영 대형 은행들에 자금 지원을 하지 말라고 권고했다고 18일 블룸버그 등이 보도했다. 문제가 된 인수 건은 미국 대형 극장 체인 AMC엔터테인먼트와 카마이크시네마 등 대부분 엔터 업체들이다. 완다그룹은 중국 국무원이 지난해 11월 자본유출을 억제하기 위해 기업들의 역외 해외투자와 관련해 강화한 규제를 위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완다그룹의 자산 매각 작업도 차질이 예상된다. 완다그룹은 최근 테마파크와 호텔 사업 등을 632억 위안(약 10조5000억원)에 부동산 개발업체 룽촹(融創)으로 넘기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당국은 은행들에 완다그룹과 룽촹 등에 대한 신용 위험성을 조사하라고 통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의 조사 소식에 이날 룽촹의 주가는 장중 13% 이상 폭락했다.

중국 당국은 그동안 자본유출을 강력하게 통제하며 해외기업 인수에 대한 심사도 강화해 왔다. 지난달 해외투자가 많았던 안방보험과 하이항그룹 등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 소식도 전해졌다. 결국 완다그룹이 정부의 기조와 달리 무리하게 해외 M&A를 추진하다 역풍을 맞고 있는 모습이다.

후싱더우 베이징이공대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당국자들이 완다그룹의 몇몇 해외 M&A에 대해 불만을 가져왔다”고 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주재로 지난 14∼15일 열린 금융공작회의에서도 금융 리스크 통제가 집중 논의됐다. 회의 후 금융 당국은 잇따라 회의를 열고 금융 통제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 양궈중 부국장은 한 잡지 기고문에서 “해외 M&A는 국가전략적 계획에 부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 안보는 국가경제의 안보와 직결된다”며 “비정상적인 자본의 대규모 유출입은 국제수지 균형을 무너뜨려 국가경제와 금융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