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乙’ 눈물 닦아준다…최저임금 인상분 ‘본사 부담’ 추진

입력 2017-07-19 05:01

공정거래위원회가 피자 치킨 분식 등 외식업종 주요 50개 가맹본부가 가맹점주들에게 불필요한 물품 구매를 강제하는지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늘어나는 가맹점의 인건비를 가맹본부가 일부 부담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공정위는 18일 가맹본부의 ‘갑(甲)질’을 막기 위한 가맹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우선 매출액 대비 구매금액 비율 등 가맹점이 가맹본부로부터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필수물품 관련 정보 공개를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가맹본부 오너 일가가 필수품목 납품에 끼어들어 ‘통행세’를 받는 관행 근절을 위해 가맹본부 특수관계인과 관련된 업체명, 매출액 등을 공개키로 했다.

가맹본부에 비해 을(乙) 신세인 가맹점주들의 협상력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된다. 공정위는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대한 보복 수단으로 악용할 우려가 있는 가맹계약 즉시해지 사유 중 추상적인 조항을 삭제키로 했다. 가맹점주들의 단체구성권을 위해 신고만으로 가맹점주 단체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 연내 표준계약서를 개정해 내년부터 가맹점주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 중 일부를 가맹본부에 부담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넣을 예정이다. 개정되는 표준계약서에는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부도덕한 행위로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한 가맹본부 오너가 가맹점의 매출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공정위는 제도 개선과 함께 외식업종 가맹본부의 필수물품 구매 강제에 대한 일제 점검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우선 치킨 피자 커피 분식 제빵 등 핵심 5개 분야를 중심으로 50개 가맹본부를 선정해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직권조사로 이어지게 한다는 방침이다.

‘미스터피자 통행세 사건’ 등 공정위가 인력 부족으로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가맹분야 사건을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가맹계약서 제공의무 위반 단순 사건은 지방자치단체에 조사·처분권을 이양키로 했다. 시·도지사는 조사한 사건에 대해 공정위 심결 없이 직접 과태료를 부과하게 된다.

공정위는 이번 대책과 별도로 중장기적으로 필수물품 유통 마진으로 가맹본부가 수익을 얻는 현행 구조를 가맹점의 매출액과 이익 기반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정보공개 확대 등 제도 개선과 함께 가맹본부의 불공정 행위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