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기관 낙하산 적폐도 이참에 청산하라

입력 2017-07-18 18:30
장·차관과 외청장 등 정부 주요직 인사가 마무리되면서 공공기관 인사가 이어질 모양이다. 최순실 사태에 따른 국정 공백으로 임기를 넘기고도 자리에 앉아 있거나 공석 중인 곳이 우선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벌써 마사회 회장이나 도로공사 사장, 농어촌공사 사장 등에 호남에서 3선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의원 출신들이 낙점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실망스럽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리품 챙기듯 공공기관장이나 공공기관 임원 자리를 나눠주는 것은 적폐 중의 적폐다. 적폐 청산을 내세운 문재인정부에서는 이런 적폐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정부가 지정한 공공기관은 공기업 35개와 준정부기관 89개 등 모두 332개다.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임명할 수 있는 공공기관장·감사·임원 자리는 2000개가 넘는다. 현재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중 기관장이 공석이거나 임기가 끝난 곳은 17곳에 이른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대놓고 친박계 공공기관장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박근혜정부가 졸속으로 추진한 ‘알박기’ 인사나 국정농단 세력에 의해 불공정하게 진행된 ‘최순실’ 인사는 걸러내는 게 맞다고 본다. 그렇지만 박근혜정부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했다고 해서 퇴진하라는 것은 불합리하다.

역대 정부마다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말뿐이었다. 문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 참모진과의 회의에서 “공공기관 인사에서 전문성을 감안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인물을 중용해야 하지만 대선 캠프 인사도 배제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전문성이 부족한 인물이 대선 공신이라는 이유로 공공기관 자리를 꿰차는 악습이 되풀이될까 걱정된다. 가뜩이나 지난 대선 때 문 캠프는 매머드급으로 운영돼 이들을 다 챙겨주려면 임기 5년이 끝나도 부족할 판이다.

임기가 보장된 공공기관장들을 정권 입맛에 따라 교체하는 것은 조직 발전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사들이 낙하산으로 들어와 노조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방만 경영을 일삼은 사례를 그동안 숱하게 목도해 왔다. 보은 인사의 폐해는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이번에야말로 공공기관 인사에서 원칙과 기준을 정해놓고 지켜야 한다. 전문성과 경영 능력이 최우선 고려 대상이 돼야 함은 물론이다. 차제에 대통령의 인사 권한을 분산시켜 장관에게 실질적 인사권을 돌려주는 방안을 검토했으면 한다. 문 대통령은 책임장관제를 운영하겠다고 한 만큼 인사권을 주는 게 맞다. 독립성이 필요한 곳에는 전문성이나 경영 능력을 갖춘 인사 외에 낙하산이 아예 갈 수 없도록 제도적 보완장치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그것이 혈세 낭비를 막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