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NAFTA 재협상에 ‘환율조작 금지’ 명시…한미FTA에도 영향

입력 2017-07-19 05:00

미국 정부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목표 중 하나로 환율 조작 금지를 제시했다. 재협상을 추진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18일 AP,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제품 쇼케이스’ 행사에서 “그 어느 나라든 규칙을 어기고, 우리의 직업을 훔치고, 우리의 부(富)를 빼앗는 것을 더는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자국 수출품 접근성을 개선해 미국의 무역적자를 축소한다는 내용의 NAFTA 개정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특히 상대국이 불공정한 상대적 이익을 누릴 수 있는 환율 조작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도 개정 목표로 명시했다.

USTR은 또 환경과 노동 규제를 강화하고 원산지 규정을 개정해 미국산 제품의 수출 확대를 추진할 방침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우저 USTR 대표는 “공장 폐쇄와 일자리 해외 유출, 정치적 약속 파기로 너무 많은 미국인이 피해를 봤다”며 “공정한 거래가 되도록 재협상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USTR이 진행한 ‘NAFTA 현대화를 위한 공청회’를 통해 한·미 FTA 재협상 전략을 진단했다. 한·미 FTA 자체가 NAFTA 공청회에서 수시로 거론됐다. 한·미 FTA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는가 하면 “한·미 FTA는 잘 만들어진 무역협정으로 NAFTA 현대화의 롤 모델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미국영화협회는 한·미 FTA의 지식재산권 보호 조항을 높게 평가하면서 “NAFTA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라”고 권고했다. 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협회는 “한·미 FTA는 지재권 보호 조항에 구체적인 예외조항을 명시해 조항 해석의 불투명성을 해소했다”고 평가했다.

농업·낙농업 업계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국곡물협회는 “한·미 FTA가 보여준 긍정적 영향을 토대로 NAFTA의 협상 의제를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제조자연합회는 “NAFTA 협정의 원산지 규정 기준을 강화해 협정국에 대한 특혜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제조업체인 티타늄금속사도 “한·미 FTA 발효 후 원산지 규정의 허점을 악용하는 사례로 미국 티타늄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봤다”고 거들었다. 미국서부제지노동자협회는 “한·미 FTA 협정 발효 후 4년간 10만개의 일자리 피해가 생겼고 무역수지 적자가 배 이상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무역협회 관계자는 “NAFTA 공청회에서 나타난 미국 산업별 의견을 검토해 한·미 FTA 지지 세력을 구성하고 FTA의 긍정적 효과를 지속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글=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