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교회들의 수난] 누전으로 잿더미된 교회

입력 2017-07-19 00:02
지난 6일 누전에 따른 화재로 전소된 전남 함평 진양교회 모습. 예장합동 함평노회 제공

전남 함평 진양교회 허기녕(64) 목사와 정안숙(57) 사모는 지난 6일 오후 예배당 앞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두 사람의 눈앞엔 28년째 농촌목회의 보금자리였던 예배당이 화마(火魔)에 휩싸인 채 쓰러져가고 있었다.

허 목사는 18일 통화에서 “병환으로 주일예배에 참석하지 못한 성도를 위해 병원에 심방을 다녀오던 길이었다”면서 “검은 연기가 예배당 위로 하염없이 솟구치는 모습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화재원인은 누전. 지난달 말 누적 강수량 170㎜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호우경보가 발령된 데 이어 화재 당일에도 국지성 호우가 내리면서 교회 내부로 빗물이 스며든 것이다. 교회 식당에서 시작된 불씨는 순식간에 예배당과 사택으로 번져 1시간여 만에 교회를 전소시켰다. 예배당 내 강대상과 장의자는 물론 사택의 옷장, 책장, 컴퓨터 등 각종 집기류도 불에 탔다. 소방서 추산 피해액은 7000만원.

허 목사는 “심방 갈 때 착용했던 옷과 신발, 성경책 한 권 말고는 남은 게 하나도 없다”면서 “3남매가 더위로 고생하는 어르신 성도들을 위해 돈을 모아 사줬던 에어컨도 검게 그을린 고철덩이가 됐다”며 울먹였다.

성도 수는 20여명. 평균연령 80세가 넘는 농촌교회라 자력으로 복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하루아침에 거처를 잃은 허 목사와 사모는 교회 성도가 비워준 방 한 칸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매일 잿더미가 된 현장을 정리하고 있다.

교회가 소속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총회장 김선규 목사) 함평노회에선 이 소식을 듣자마자 임원단이 현장을 방문해 위로를 전했다. 노회장 이상백 목사는 “풍족하지 못한 목회 환경 속에서도 목회자와 사모가 열과 성을 다해 헌신하며 성도들과 함께 살아가던 교회여서 더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어 “노회 차원에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하겠지만 더 많은 손길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함평노회는 오는 27일 임시회를 열어 진양교회를 돕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구제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농협: 351-0295-4551-53, 예금주: 대한예수교장로회 함평노회).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